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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읽어보자. 주인공은 악당과 대결을 한다.내시점에는 대개 악역이 매력적이다. 서서히 수사망이 좁아지면서 긴장이 더 커지고 나중에 직접 대결하는 장면에서는 아마도 긴장이 최고에 달하게될 것이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내내 이렇게 긴장이 되어 숨을 멈추게 할 정도로 흡인력이 있는 작품은 별로 없다.미스 마플은 여기서 제외하자; 그녀는 웃으면서 범인을 당연하다는 듯이 지적해 주니까. 아마도 렉터를 연상할 정도로 잔인하다는 그 니콜라스 때문일 수도 있다.
그의 진면목을 느낀 것은 단 한문장이다. 자신의 차에 치인 제이에게 손을 잡으면서 그는 말한다. ' 두려워 하지마. .... 해치지 않을께' 이게 보통 자신의 차에 치인 사람에게 할 소리인가; 보통 형사가 범인을 쫓는 구조가 아닌 병원을 탈출한 연쇄살인범이 형사를 쫓는 구조에서 독자는 형사인 제이의 시점에서 사건을 보고 그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같이 두려워하게된다. 작품의 긴장을 독자도 같이 느낀다는 것은 얼핏 당연해보이지만 생각해보면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효과(시선, 음향효과)들을 같이 내보낼 수 있는 영화와 틀린 것이다. 단지 문체와 구성으로만 작가는 긴장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 점이 작가가 대단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구성도 무척이나 자유스럽다. 여러 사건들에서 과거의 사건이 연관되면서 점점 과거의 일과 현실의 환타지(이부분은 보면안다.)들이 얽혀가는데도 전혀 어색하다는 생각이 안든다. 보통 장르가 섞인 다는 것은 위험하다. 두 장르의 색체를 동시에 발할 수도 있고 두 장르의 색체를 동시에 잃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책에서 환타지는 현실에서 아주 조금씩 안타까울 정도로 조금씩 나와서 조금씩 현실과 섞여간다. 이 작가가 형사물(추리물)로만 이 책을 완성한다고 해도 이 책은 참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이질적인 것이 크림이 커피에 녹아가듯이 조금씩 섞여가는 것을 본다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책은 마작과도 같다. 처음에 패를 보여준다. 그리고 관련된 패를 점점더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는 패가 니콜라스이다. 독자는 니콜라스의 패를 보면서 제이를 이해해 간다. 여기서 패는 대단해야 된다 ^^. 숨어있는 패를 보여주는데 패가 별 것이 아니면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할 것인가. 그렇지만 이책에서 패는 참으로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인 패다. 니콜라스는 연쇄살인범중 지능범이 대개 그렇듯 매력적이다. 신사적이다. 치밀하다. (연쇄 살인범의 형태를 다룬책은 FBI의 사건보고서 같은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참으로 재밌고 유익한; 책이다.)
제이(남자)는 그가 연쇄살인범인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그 패가 위험하다는 것은 주인공도 알고 주변 경찰들고 알고 독자들도 다 안다. 그럼 기대를 하게된다. 언제 등을 칠 것인가. 현실에서야 그런일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중 하나지만 소설에서 결말을 알면서 과거를 볼 때 그것은 언제나 기쁨을 준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웃으면서 태연히 상대를 배신하는 사람이 좋다.(이건 그냥 개인 취향일뿐이다;)
마지막으로 또 뭐가 맘에 드냐하고 물어본다면(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말투이다. 형사들의 말투. 경시청의 모습. 작가가 상당히 주의를 기울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마도 작가의 머리속에서는 이 경시청에서 형사들이 항상 와글와글 떠들어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투들이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입에서 나올 것이다. 형사들도 그렇고 비니의 작은 아버지의 집도 그렇고 형사들과 마피아들의 말투란 참 비슷하면서도 틀리다. 살벌한 것은 마찬가지. 얼핏 들어보면 재밌는 내용인데 그 내용을 곰곰히 생각하면 오싹한. 아마도 그래서 작품 전체가 이런 분위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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