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출판사 제공)]
-스물셋의 지오가 열여덟의 지오를 복기하는 기차 여행
어느 날, 지오는 고등학교 동창인 석주에게 메일을 받는다. 5년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보낸 메일 내용은 어이없었다. 추풍령역에서 기다리겠다는 일방적인 말만 남기고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것이다. 지오는 고민 끝에 석주가 자신을 왜 부르는지 궁금함에 이끌려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자신의 과거를 하나씩 복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적응에 실패한 캐나다 조기유학 시절, 아빠의 강압적인 명령과 지시, 친구들의 폭력에 쉽게 굴복해버린 무력감…….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것 없이 도망만 다니는 자신의 지리멸렬함을 직면한다.
-열일곱의 석주가 스물둘의 석주가 되기 위한 선택의 순간들
석주는 영동에 있는 기숙 고등학교에 온 이상, 절대로 1등을 놓칠 수 없었다. 졸업할 땐 원하는 의대에 합격해서 엄마 아빠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우연히 떠난 지오와의 자전거 여행으로 석주의 삶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길을 잃고 헤매다 만난 아저씨와 은월농장, 그리고 은설. 은설이 자꾸 석주의 삶과 생각에 균열을 냈다. 지금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성공을 위한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은설을 만나고부터는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석주는 두 갈래길 앞에 서서 어느 쪽으로 갈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내가 이금이 작가님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흔들리고 방황하고 불안정하고 위태롭지만 미래를 위해 나아가려고 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 책 속의 청소년들을 만나면 나의 청소년 시절이 생각나고, 그때의 감정들도 되살아난다. 그 시절의 나도 너무 좋아하는 친구를 질투하고, 친구에 대한 부러운 마음에 친구에게 못되게 굴기도 하고, 못된 친구들의 말이 어른들의 말보다 더 달콤하고 멋있게 들리기도 했다. 막연하게 멋진 어른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이내 특별하지 않은 나의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조급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정작 무언가를 실천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답답하고 싫기도 하지만 그런 마음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꽁꽁 숨기기도 했다.
책 속의 지오와 석주도 그렇다.
부모가 정해준 진로가 자신의 길이라 믿고 그 길을 향해 가는 석주지만 지오를 질투하고 그 질투심에 은설에게 못되게 굴기도 한다. 부모의 이혼, 강압적인 아버지, 실패한 캐나다 유학을 들키지 않으려고 자유로운 영혼인 척 하지만 폭력을 방관하고 결국 자퇴로 도망쳐 버린다.
스무살이 된 석주는 은설, 자신의 아이와 함께 사과농사를 짓고 있지만 읍내에서 만난 친구를 피해 숨었고 결국 대학에 들어갔지만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휴학했지만 군입대도 하기 싫은 지오는 석주 연락에 무작정 추풍령으로 향한다. 스무살이 되어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둘은 청소년 때처럼 흔들리고 방황한다. 하지만 석주는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났고, 지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으며 아버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생각해보면 스무살이 되었다고해서,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다.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무언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석주와 지오를 보며 둘은 계속 흔들리더라도 최소한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는 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하며 어떤 인생을 살든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라면 이보다 멋진 어른이 있을까? ^^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