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책 소개 중 줄거리-
「바다 위의 집」
은조는 학교에서 ‘이상한 애’로 통한다. 수시로 야자에서 빠지고, 수업 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하며 그림만 그리는 은조는 학교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이다. 어느 날 은조는 블로그 이웃 ‘미네르바’(혜림)의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학교를 벗어나서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 있음을 느끼고, 오늘이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한다.
「초록빛 말」
이진은 시장 반찬 가게의 딸이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공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한다. 부유한 환경임에도 부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친구 혜림은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어학연수를 떠난 필리핀에서 이진은 세상을 등진 혜림을 떠올리며 마음속에 깊이 숨은, 자유롭게 달리고 싶은 욕망과 마주한다.
「벼랑」
난주는 열심히 일하고도 가난한, 딸의 아르바이트비마저 살림에 보태길 원하는 부모가 싫다. ‘알바’를 해서 번 돈으로 남자 친구 규완과 데이트하는 것만이 난주의 유일한 행복이다. 난주는 알바의 정체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그’가 해결해 줄 거라고 믿지만 야멸차게 거절당한다. 난주는 세상 어디에도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존재가 없다고 느낀다.
「생 레미에서, 희수」
엄마의 계획에 따라 입시 미술을 시작한 현우와 달리 희수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며 자유로운 삶을 산다. 현우는 자신과 다른 희수가 좋다. 하지만 희수의 현실을 알고 나서 자신 역시 소문으로 포장된 희수를 좋아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현우가 어찌할지 갈피를 못 잡고 고민하는 사이, 희수는 고흐의 발자취를 찾아 프랑스로 떠난다.
「늑대거북의 사랑」
민재는 투병하는 엄마를 위해 공부만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중학교 때 과외 선생님에게 늑대거북 ‘울프’를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그동안 행방을 몰랐던 울프는 시골 선생님 댁에서 늠름하게 자라고 있었다. 민재는 울프를 데려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자기 없이도 잘 자란 울프와 엄마 사이에서 무엇이 가장 좋은 선택인지 고민한다.
바다 위의 집
은조처럼 살 수 있는 학생들이 있을까? 은조와 같은 생각을 한다해도 은조의 엄마처럼 은조를 지지해줄 수 있을까? 책을 읽는내내 은조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은조 엄마에게 마음이 더 기울었다. 그렇지. 엄마라면, 내 아이가 자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면 나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는 아이 자신의 인생을 살 권리가 있지만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인생에 간섭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이의 선택을 온전히 믿고 지지해줄 수 없는거겠지.
내일은 오늘이 있어야 오는 거잖아. 그러니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건 우리의 의무야.
하지만 우리는 부모이기에 불안하더라도 이렇게 말하는 은조를 보며 은조를 믿어보는 거겠지.
나도 불안하지만 내 아이를 믿어보는 것처럼.
초록빛 말
나는 그 길을 의심하거나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분화구로 오르는 길처럼 닳도록 그 길을 걸으면 내가 꿈꾸는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이진이는 은조는 다르다. 학창시절의 나의 모습은 은조가 아닌 이진과 가까웠다. 개인 과외를 받던 친구를 질투했고 개인 과외를 시켜주지 못하는 부모를 원망했으며 작은 성적 변화에도 민감하게 굴었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고 싶었으나 성적은 내 마음처럼 오르지 않았다. 잘하는 친구를 질투하고 못하는 나 자신을 원망하며 그 사이에서 내 마음은 참 괴로웠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달리 뭘 할 수 없었다. 나는 알렉산더의 낡은 담요 같던 갈색 털이 싱그럽고 윤기 도는 초록빛으로 변해 가는 걸 느꼈다. 알렉산더는 검은 갈기를 휘날리며 호수 위를 들판인 듯 달려가고 있었다. 히힝 하고 말이 울음소리를 냈다. 나는 그 초록빛 말을 가슴에 담았다.
그래도 이진이는 재스민 가족을 만나(물론 만나게 된 계기는 좋지 않았지만) 좀 달라지지 않을까?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은 나와 달리 이진이는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벼랑
야단칠 때는 줄지어 있던 어른들이 도움을 청하려고 둘러보자 하나도 없었다.
난주가 가는 그 길들이 모두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다.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알았으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안타까웠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난주. 과연 이 아이의 미래는 있을까? 우리는 이 아이를 비난할 수 있을까?
생 레미에서, 희수
나는 남들 다 하니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는걸.
이미 자기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희수가 나보다 나은 것 같았다. 나는 희수가 어른이 아니지만 어른보다 더 멋진 생각과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검은 머리를 하고 파리에서 현우에게 편지를 쓰고 있을 희수가 생각나 흐뭇해졌다.
늑대거북의 사랑
울프를 데려간다고 해서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나도 엄마가 어떻게 하든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지는 않잖아.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상대를 배려할 필요는 없다. 엄마는 엄마고, 민재는 민재니까.
부모는 부모의 자리에서 자식은 자식의 자리에 있으면 된다. 이미 민재와 엄마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 늑대거북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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