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
마음 시리고 그리웠던 나의 첫사랑.
이루어지지 못해 더 안타까웠던 나의 첫사랑.
지금은 누군가의 남편, 아빠가 되었을 나의 첫사랑.
나에게도 아련한 첫사랑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그 아이를 만났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작은 시골에 있는 학교였는데
5학년이 되던 해 우리 학교 근처에 있던 분교가 폐교되면서
분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우리 학교로 오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5학년 3반 같은 반 친구로 만났다.
분교 아이들이 왔다고 해도
우리 학교 역시 작은 시골학교였기에
분교에서 온 아이들과 우리들은 금방 친해졌다.
다들 시골 동네에 모여 살았고
도시 아이들처럼 학교가 끝난 후 학원에도 가지 않았기에
우리들은 학교가 끝나면 동네에 모여 또 놀았다.
그 아이와 나도 금세 친해졌는데
우리는 학교 텃밭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도 나누었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도 함께 했고,
집에 같이 가기도 했다.
우리는 한 학기 동안 많이 친해졌고
교실에서도 서로의 자리를 왔다갔다 하며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남학생이
우리 둘이 서로 좋아한다며 놀렸고
그 말에 아니라고 부정하던 그 아이는 굉장히 심하게 화를 냈는데
화장실에 다녀오던 내가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아이를 좋아하고 있었던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부정하는 그 아이의 모습에 상처받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우리 사이는 달라졌다.
2학기가 되어 나는 도시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나는 전학이 결정된 후 그 아이에게 전학을 간다는 말을 직접 하고 싶었지만
끝내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전학 가는 날.
친했던 여자친구들과 인사하며 울었던 그 날.
뒤에 서서 눈물을 훔치던 그 아이를 보았지만
나는 끝내 그 아이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지 못했다.
나와 그 아이는 책 속의 동재와 연아처럼
햄버거와 아이스크림도 못 먹었고,
노래방에서 근사한 고백과 함께 반지와 꽃다발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도 동재와 연아처럼 설레었고 행복했다.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며 차갑게 굳어가던 내 얼굴을 보고
나에게 다시 말 걸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어렸기에 내가 먼저 그 아이에게 손 내밀어 주지 못했다.
동재와 연아처럼 나와 그 아이도 어리고 서툴렀다.
하지만 어리고 서툴고 성숙하지 못해도 느끼는 감정은 진짜다.
어른 못지않게 아련하고 아쉽고 아프고 애가 닳고 상대와 함께 하고 싶다.
책 속의 동재와 연아의 마음을 보며 옛날 내가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
표현이 서툴고 엇나가기만 하는 둘을 보며 안타까웠고,
결국 이별통보를 받은 동재의 눈물을 보며 가슴 아팠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도 우린 그 과정을 거쳐 어른이 되었고
각자 새로운 사랑을 했고
결혼을 해서 각자의 가정을 꾸렸다.
동재와 연아는 헤어졌지만 동재 아빠의 말처럼
앞으로 살면서 많은 사랑을 하게 될테고.
그때마다 온갖 감정들을 경험할테고.
그 사랑을 진심으로 대하며
그 사랑이 둘을 성장시켜주겠지.
널 성장시켜 준다면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든 해피엔딩이야.
맞다. ‘둘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만이 해피엔딩은 아니니까.
나는 나와 그 아이도 각자의 해피엔딩을 맞이했듯이
동재와 연아도 각자의 해피엔딩을 맞이하리라 믿는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