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지만 가장 큰 깨달음은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곧 나를 파괴하는 것 그 자체'라는 것이다.
뇌과학을 통해 인간이 자석처럼 자연에 끌리는 이유, 자연과 멀어져서 살 수 없는 이유를 알고나면 지금 세계 곳곳에서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자연파괴가 소름끼치다 못해 인간자체를 혐오하게 된다.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은 인간이 자연 속에 머물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행복 메커니즘을 탐구한 과학 교양서다. (그러니까 이 책은 키보드 워리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랄까.)
자연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가치를 되찾게 해주고, 우리를 자신의 에너지로 채워주고, 걱정과 내적 갈등을 잠시 중단시켜 준다. 이상한 피해의식과 잘못된 사상에 빠져 타인을 해하는 사람들의 소식만 접하다보니 자연으로 눈을 많이 돌리게 되는 요즘이다. 색깔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산의 고요함에 귀 기울이고 별을 응시하다보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사랑의 감정이 솟아 오르며 나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지금 우리는 이런 것들을 필요로 하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입추가 지나니 밤이면 풀벌레 소리가 사방을 메운다. 오래도록 사계절을 선명하게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밤을 꼬박 새고 새벽이 찾아와 침울한 기분으로 아무 생각 없이 떠오르는 태양을 흘끗 본 그 순간, 거대한 고요함이 당신을 사로잡았고 어두운 생각들은 기적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반짝이는 여명을 바라본 순간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문제는 별것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새벽빛이 당신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P.105
인간의 뇌는 꽃이나 야채 대신 시냅스를 재배한다는 점에서 몸속의 정원과 같다. 1천억 개의 뉴런이라는 작은 식물이 엄청나게 복잡한 조직망을 만들어내는 정원이다.
P.145
동물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호모 사피엔스만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함과 주관성, 영혼을 독점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P.169
미생물과의 접촉 빈도가 줄어들면서 아이들의 장내 미생물 발달과 다양화가 축소되는 부정적인 결과가 이어졌다. 특정 상황에서 미생물과의 접촉 감소와 면역 시스템의 성장 부진은 인간에게 만성적인 병리를 야기하기도 했는데, 과학자들은 이러한 장내 미생물의 빈곤화를 포스트 모던 질병들과 연관 지었다. 알레르기, 만성염증 그리고 앞서 언급한 우울증과 같은 정서장애도 포함한 소의 '문명화 질병'들이다.
P.195
비극적인 사실은 우주에 비해 인간은 티끌같은 존재일 뿐만 아니라, 우주는 이상하리만치 인간의 존재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아니, 우주는 인간의 존재조차 알지 못할 수도 있다.
P.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