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는 대화 그 자체인 소설이다. 그리고 우울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우울이란 감정을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지니고 사는 사람의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덮는데 주인공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씁쓸한 마음이 커서 괴로웠는데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완성했을까 싶었다. 반짝이는 첫 소설, 응원하고 싶은 한 걸음이라는 취지의 자이언트 스텝 시리즈와 어울린다.
물론 첫 장편 소설인 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중요한 주변 인물들이 자꾸 말도 없이 사라진다거나 초반에 소녀팬들을 몰고 나타났던 인물이 스토리가 전개 될수록 너무 평범한 인물이 되어 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이 우울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하는 그 애씀에 많은 격려를 해주고 싶었고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는지 애매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뉴스에선 희소식은 없고 온통 우울하고 가슴아픈 일들만 들려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날씨처럼 우기인 시절을 보내고 있다. 물론 대다수가 금방 우울한 감정을 떨치고 일어나겠지만 그렇지 못 한 사람에게 "뭐가 그렇게 힘든 거야? 대체 언제까지 슬퍼할 거야?"라고 묻는 지독한 사람이 되지 말자 다짐해 본다.
사람들은 일기에조차 거짓말을 쓰기 때문에, 차라리 이야기를 지어낼 때 더 진실해진다. 다 가짜라고 생각하면 밑바닥까지 솔직해질 수 있었다.
P.149
기쁨에도 슬픔의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분노의 틈에도 종종 희열이 피어나고, 즐겁고 벅찬 날마다 은근한 무기력이 발목을 잡는다. 너무 슬퍼서 미치는 사람들도 가끔은 꽤 들뜬 목소리를 낸다. 정신이 얼얼하면 이런 아름다움을 자꾸 놓치게 된다.
P.185
#너는내목소리를닮았어 #김서해 #자이언트스텝 #자이언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