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은 이 생에서 처음이다. 그건 늙으나 젊으나 다 마찬가지이다. 처음 맞닥뜨린 사춘기에 아이들도 힘들고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도 이 순간이 처음이라서 당황스럽고 힘들다.
몇달전 세상에 누구 하나 부러울 것 같이 씩씩하고 멋진 친구 M이 전화로 속상함을 토로한다. 너무나 착한 모범생 아들을 두고 있는 줄만 알고 있던 그녀가 쏟아내는 이야기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마무시한 중2병이 드디어 이 집에도 찾아온 것이다. 아들 때문에 이래저래서 머리를 싸매고 드러 누울 뻔한 이야기에 나는 속으로 '21세기 호환마마는 사춘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제목처럼 이 책은 한여름 더위만큼이나 뜨거운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과 이 아이들 덕분에 더 혼란스러운 ‘제 2의 사춘기’를 맞이하고 있는 ‘사추기’부모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교육 관련 기업에서 20년 넘게 일을 하셨고 한 아이의 엄마로 자녀와의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가기 위해 상담심리를 공부한 하고 현재 학습코칭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분이라고 한다.
저자의 사춘기-사추기 일상과 현장에서 얻은 다양한 사례들을 책에 두루 담고 있어서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남에게는 머 그저 그런 일처럼 보일지라도 나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사연들에 대해 저자는 핵심이 되는 조언들을 담담히 전해주고 있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비법 같은 걸 담은 책은 아니지만 것, 그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주시는 내공이 나에게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참 더 무얼 모르던 젊은 시절, 나는 담백하고 깊은 맛보다 자극적인 양념에 끌렸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보다 단순한 맛에 끌린다. 그처럼 이 책도 요란한 양념 없이 시원한 한 그릇의 평양냉면처럼 담백하지만 이치에 맞게 빠른 요행이 아닌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 아는 거라 해도 그걸 직접 상황에서 실천해 보면 결과는 천양지차이리라.
막 책을 덮고 나니 중2병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친구가 생각나고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조카를 보면서 들었던 막연한 걱정들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다.
부모의 이혼으로 학습의욕이 떨어지고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아 왠지 모르게 가슴 아팠는데 우리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은 겪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되새겨 보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걱정이 잦아든다. 차근차근 하나씩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아이와 대화를 시작하고 양육자 자신의 정서를 건강하게 돌보는 것으로 우리는 복잡하게만 보이는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조카는 1년에 몇 번 어쩌다가 만나고 가끔 짧은 통화를 하는 게 전부이지만 그때마다 책에서 조근 조근 짚어준 것처럼 아이의 특성을 잘 살펴서(도형심리성격유형 검사)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고 자기 유능감을 갖고 씩씩하게 성장해 나가는 걸 격려해 주고 싶다. 집중력 높이는 방법, 노트정리법, 효율적인 기억법 같은 좋은 팁들은 매우 유익해 보여서 30후반부터 급격히 집중력 떨어지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여기는 나부터 우선 실천해보면 좋을 것 같다.
더운 날 시원하고 깔끔한 평양냉면 한 그릇 먹으러 가자는 마음으로 사춘기 엄마로 고군부투중인 친구 K와 조카네에게 이 책을 사주고 싶어진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감기 같은 이 사춘기를 아무쪼록 가볍게 훗날 이 시간들을 웃으면서 기억할 수 있도록 잘 지나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뿍 담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