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장부 속 검은 글자만 신성시하는 태도는 이미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기업 회계장부에는 이윤을 남기는 과정에서 혹사당한 노동자의 사연이나 엄청난 양의 온실기체와 폐기물이 방출된이야기 따위는 실리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거대한 모순과 재앙이이 구조적 누락으로 거의 다 설명될 수 있을 지경이다.
이런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주장과 행동이 조선업 구조개혁의 계기로 이어지고 확대되려면, 이 하청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조합, 즉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대목에서주목해야 할 것은 금속노조가 ‘산업노동조합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산업노동조합이란 단순히 기존 기업노동조합과는 다른 조직형태를 뜻하지만은 않는다. 산업노동조합은 (기업이나 직종을 넘어) 산업의 시야에서 노동자의 공동 이익과 연대의식, 대안을 만들어가는 조직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그래도 ‘자본주의‘와구별되는 ‘산업‘의 논리를 분명히 하고 이를 대변할 만한 조직이있다면, 그건 바로 산업노동조합이다.
금속노조는 이미 작년에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 전환이 모든노동자에게 정의로운 과정이 되도록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는 노사정 협상과 공동결정법 제정을 주창한 바 있다. 우리 시대에 산업노동조합이 해야 할 임무를 뚜렷이 자각하고 있음을 보여준 시도였다. 그 임무란 ‘지구‘ 안에 자리한 ‘(인간)사회‘의 시각에서 (자본주의‘와 구별되고 때로 대립, 충돌하기까지 하는 ‘산업‘의 역할과논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이제 대우조선하청노동자 투쟁이 열어놓은 새로운 지평에서 이런 각성과 노력이 조선업 구조개혁의 진지한 흐름으로도 나타나길 소망해본다.
2022.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