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 한가운데서 남은 생존 시간이 47시간뿐이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스토리텔링 셔틀』은 2070년 화성으로 가던 우주선이 의문의 공격을 받아 부서지면서 시작되는 SF 소설이다. 살아남은 사람은 고등학생 조수아를 포함해 단 여섯 명뿐이다. 구조를 부를 통신도 끊기고 산소와 에너지가 빠르게 줄어드는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마주한다. 숨을 아끼기 위해 움직이지도 말고,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 속에 숨죽여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통신 전문가 프랭키는 전혀 다른 길을 제안한다. 어차피 산소가 모자라 죽을 운명이라면, 서로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무슨 꿈을 품었는지 이야기나 나누고 죽자는 말이다. 산소 한 모금이 목숨과 직결되는 순간에 말을 아끼는 대신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행동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섯 사람은 차례로 자신의 지나온 날들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화성 여행권을 얻었던 수아, 꿈을 품고 살았던 프랭키, 누군가의 희생을 잊지 못하는 소타, 비밀을 감춘 아구스, 차별을 딛고 비행사가 된 캐리, 그리고 인류를 구하려 했던 과학자 빌까지 서로 다른 사연이 조종실 안에 흐른다.
이들의 대화는 그저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한 잡담이 아니다. 누군가의 사연을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겪어온 아픔과 진심을 함께 바라보는 일이다. 겉모습만 보아서는 절대 알 수 없었던 각자의 속사정을 확인하면서, 여섯 사람은 단순한 낯선 사람을 넘어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아끼는 사이로 바뀐다.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우주선 안은 이들이 나눈 이야기 덕분에 사람 사는 온기로 가득 찬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타인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마음을 나눌 때 비로소 진정한 연결과 위로가 생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흐르면서 셔틀을 공격한 거대한 비밀과 인공지능 오메가의 존재도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완벽하고 효율적인 계산만을 쫓는 인공지능과, 손해를 보더라도 타인을 살리려 손을 내미는 인간의 모습을 뚜렷하게 대비시킨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세상을 채운다 해도, 다른 사람을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빠진다면 그 세상은 결코 따뜻할 수 없다. 책 속 인물의 말처럼 우리가 세상에 남겨야 할 진짜 유산은 번쩍이는 건물이나 보물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내밀었던 따뜻한 마음 그 자체다.
『스토리텔링 셔틀』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우주 탈출극이지만, 결국에는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묻는 따뜻한 소설이다. 효율성과 편리함이 앞서는 요즘,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일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우주선 안의 여섯 사람이 보여준 따뜻한 대화와 선택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청소년과 어른 모두에게 깊은 여운과 큰 감동을 안겨준다.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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