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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_서재 (달의서재, dalseojae)
  • 행복노화
  • 이시형
  • 15,840원 (10%880)
  • 2026-06-20
  • : 1,185


평균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제 100세 시대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늘어난 수명이 모두에게 축복인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너무 오래 살까 봐 두려워하는 모순적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은퇴 이후 주어지는 기나긴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야기하듯, 앞으로 AI가 더욱 발전하면 인간을 대신해 돈을 벌고, 개인은 평생 일을 하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대신 일을 내려놓고 자신을 둘러볼 시간이 평생에 걸쳐 반복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노동이 필수가 아닌 시대, 주어지는 무한한 자유와 긴 시간을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지금, 이 책이 가지는 지혜는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93세에도 현역 의사로 강연과 집필을 이어가는 이시형 박사, 그의 존재 자체가 이 책의 가장 강력한 증거다. 『이시형의 행복노화』는 단순한 건강 조언서가 아니다. 60년 임상 경험과 자신의 몸으로 직접 실천해 온 삶의 결실을 집대성한 살아있는 처방전이다.


우리는 흔히 노후 준비라고 하면 돈과 건강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저자는 행복한 노년에는 다섯 가지 조건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 장수, 경제적 여유, 좋은 인간관계, 그리고 사회적 역할과 사명감이다. 이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행복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특히 '사명감'이라는 조건이 인상 깊다. 가진 것이 많아도 타인에게 무관심한 채 주변에 폐를 끼치는 어르신들을 가끔 보게 된다. 그분들에게 빠진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누군가에게 기여하고 있다는 감각, 그것이 노년의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다.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 일을 내려놓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길어질 때, 이 사명감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은 삶의 의미를 찾는 핵심 열쇠가 된다.


책은 생물학적 노화의 메커니즘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자가포식, 인슐린 저항성이 어떻게 만성질환과 치매로 이어지는지를 그림과 도표로 정리해 의학 비전공자도 이해하기 쉽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장수 유전자 연구의 결론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유전이 노화에 관여하는 비중이 고작 3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머지 70%는 식사,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같은 생활습관이 결정한다. 유전자는 확정된 설계도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우리가 써 내려가는 미완의 원고인 셈이다. 저자는 '의도적 불편함'도 강조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리모컨 대신 직접 일어나기처럼 기술 발전이 앗아간 일상 속 움직임을 의식적으로 되살리는 것이 곧 저속노화의 시작이다. 헬스장 등록 후 꾸준히 가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이 접근법은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마음의 영역도 빼놓을 수 없다. 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7.5년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설렘이 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이후의 깊은 호흡이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몸의 균형을 회복시킨다는 설명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것에 가슴 뛰는 순간을 만드는 것, 그 자체가 건강 습관이다. 저자가 인생의 황금기로 65세를 꼽는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젊음의 절정이 아닌, 짐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관계를 누릴 수 있는 그 시기를 최고로 꼽는다는 것에서 노년은 끝이 아니라 완성이라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금 이 순간 내 몸과 마음을 어떻게 돌보느냐가 곧 30년 후의 나를 만든다. 이 책은 먼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오늘의 선택을 다시 보게 만드는 소중한 지침서가 된다.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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