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의 세상은 어른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신비로운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오미경 작가의 신작 동화 『떠요떠요 할머니』는 그 상상력의 경계를 넘나들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한 아이가 다시 세상 밖으로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과정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학교 앞 수상한 뜨개방 주인인 '떠요떠요 할머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이들의 소동극은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며, 동시에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오단풍은 학교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아이다. 1학년 시절 발표 중에 겪은 사소한 트라우마로 인해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혔기 때문이다. 그런 단풍이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는 단짝 장미와, 단풍이를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라 믿으며 도와주고 싶어 하는 재윤이의 등장은 전형적이지만 매력적인 우정의 삼각형을 이룬다. 아이들이 할머니를 마녀나 여우로 의심하며 벌이는 '마녀 시험', '여우 시험' 같은 엉뚱한 행동들은 동심이 아니고서야 발휘할 수 없는 빛나는 생동감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아이들의 고민을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풍이가 느끼는 부끄러움과 두려움은 아이들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중대한 사건이다. 작가는 이를 억지로 해결하려 들지 않고, 할머니라는 신비로운 존재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뜨개질하는 할머니가 건네는 "소중한 걸 잃어버렸으면 용기를 내서 찾아야지"라는 대사는 단풍이뿐만 아니라, 무언가에 주춤하고 있는 모든 독자에게 건네는 응원과도 같다.
집에서 이 책을 먼저 읽어본 초등학교 5학년 둘째 아이의 반응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요즘 한창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조심스러워하던 시기였는데, 단풍이의 모습에 깊이 공감하며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다 읽고 나서는 "수리수리 마수리 까지꺼까지꺼!'라고 외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주인공의 용기에 전염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고학년 아이가 보기에도 유치하지 않고, 마음을 울리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는 증거다.
김다정 작가의 그림 역시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텍스트가 주는 따스함을 시각적으로 잘 구현해냈으며, 마법 같은 분위기와 일상적인 풍경을 적절히 조화시켜 아이들이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100쪽 남짓한 분량 속에 담긴 용기와 우정, 그리고 기다림의 가치는 그 어떤 두꺼운 자기계발서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국 『떠요떠요 할머니』가 말하고자 하는 마법은 초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친구를 위하는 서툰 진심이고,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 배짱이며, 실수조차 예쁜 꽃으로 만들어내는 긍정의 힘이다. 단풍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을 때 독자들이 느끼는 해방감은 이 동화가 가진 진정한 힘이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단단한 용기를,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침묵을 기다려줄 줄 아는 지혜를 선물하는 책이다.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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