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에서 저자의 영상을 먼저 봤다. 원양어선을 두고 누군가는 “수억을 버는 직업”이라고 말하지만,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건 돈보다 고됨이었다. 젊은 저자가 웃으며 말하는 장면들 사이로, 가족과 떨어져 바다 위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살아야 하는 시간의 무게가 보였다. 나는 과연 저 삶을 ‘시도’라도 할 수 있을까. 몸을 계속 써야 하는 나날, 작은 노동조차 제대로 해보지 않은 내 몸과 마음에 그 세계는 어떻게 다가올까. 그래서 이 책은 시작부터 ‘대박’이 아니라 ‘버팀’과 ‘각오’의 이야기로 읽히기 시작했다.
신간 『어서 와, 원양어선은 처음이지?』는 그 막막함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기록이다. 왜소한 체격의 섬 소년이 ‘도선사’라는 꿈을 품고 해양 전문 교육의 길을 선택하고, 결국 태평양 원양어선에 오른다. 삼등항해사로 시작해 이등, 일등항해사를 거쳐 서른 살에 선장이 되기까지. 이 문장만 쓰면 마치 한 번에 쭉 올라간 성공담처럼 보이지만, 책 속의 과정은 정반대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당직, 매일 반복되는 투망과 양망, 강도 높은 하역 작업은 말 그대로 몸으로 버티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첫 승선에서 정산금으로 큰돈을 손에 쥐는 장면 같은 현실은, 원양어선이 왜 ‘인생 역전의 기회’로 불리는지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이 책은 불 같은 노동과 억대 연봉이라는 양극단을 동시에 펼쳐 보이며,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을 단순히 “힘든데 돈 많이 번다”로 요약하면 가장 중요한 결이 빠진다. 원양어선의 진짜 매력은, 역설적으로 그 극한의 생활 속에서만 가능한 순간들에 있다. 갓 잡은 참치 가마살을 구워 나누는 만선주, 헬기장에 누워 올려다보는 촘촘한 별자리,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맞닥뜨리는 자연의 압도감. 낭만을 과장하진 않지만, 그 낭만이 ‘현실을 지운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을 견딘 사람만 누리는 보상’처럼 그려진다.
무엇보다 몰입감은 사건과 사고에서 더해진다. 엔진 문제로 배의 심장이 멈출 수 있는 공포, 태풍과 파도 앞에서의 사투, 선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과 위기들. 영화 같은 사건들이 이어지지만, 결국 그 모든 장면의 중심에는 “이곳은 직장이고, 나는 내 몫을 해야 한다”는 단단한 현실감이 놓인다. 대체 인력이 없는 고립된 공간에서 책임은 더 무겁고, 작은 실수도 크게 돌아온다. 그래서 저자가 ‘어리바리한 사회초년생’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원양어선이라는 특수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지만, 이상하게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문장들로 남는다. 욕을 먹고, 깨지고, 다시 배우고, 결국 “이제 좀 하네”라는 말 한마디로 버티는 순간들 말이다.
책을 덮고 나면, 나는 다시 유튜브에서 보았던 그 젊은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자의든 타의든, 혹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선택했든, 어쨌든 그는 젊은 나이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세계로 들어가 경험했고, 노력한 만큼의 보상과 직책을 얻었다. 고된 선상생활 끝에 맞이한 결혼, 그리고 다시 떠나야 하는 원양어선 생활까지. 나보다 어리지만 “대단하다”는 말밖에 남지 않는다. 이 책은 원양어선을 미화하지도, 비관적으로만 그리지도 않는다. 그저 한 사람이 바다 위에서 일하며 성장한 시간을 다정하고도 솔직하게 기록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는 부러움과 존경, 그리고 “나는 내 자리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함께 받게 된다. 그의 항해가 평안만선이길,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가 더 창창하길 조용히 기도하게 되는 책이었다.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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