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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_서재 (달의서재, dalseojae)
  •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 주루이
  • 16,200원 (10%900)
  • 2026-01-02
  • : 650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직 나는 ‘마지막 수업’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죽음을 정면으로 논하고 싶지는 않다는 거부감이었다. 당장 눈앞에 해결해야 할 프로젝트와 책임져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나에게 죽음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내게 깊은 파동을 일으킨 지점은 죽음 그 자체보다, 죽음을 통과하며 비춰진 삶의 태도, 특히 ‘평범함’이라는 단어가 불러온 긴 여운이었다. 주루이 교수가 말하는 평범함은 체념이나 안주가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또렷해진 삶의 본질이었다. 그가 물 한 모금과 죽 한 사발의 소중함을 이야기할 때, 그것은 거창한 성취에 매몰되어 정작 이미 주어진 하루의 무게를 잊고 살던 나를 향한 준엄한 요청처럼 들렸다.


이 대목에서 일전에 읽었던 『나 죽으러 갑니다』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렇지만 삶은 불러야만 온다.” 지극히 평범한 생리적 현상 하나하나가 투쟁이 되어버린 병동의 기록들은, 건강한 몸을 가지고도 불평을 입에 달고 살던 나의 민낯을 가감 없이 비춰주었다. 숨 쉬고, 먹고, 잠드는 일조차 선택이 아닌 싸움이 된 사람들 앞에서 나는 무엇이 그리 불만이었을까. 일이 힘들다, 미래가 불안하다는 말들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그 독백은 가족에게까지 흘러가 우리 모두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이 책은 내게 위로라기보다 뼈아픈 반성이자 성찰이었다.


저자는 ‘죽어가다’와 ‘죽음’을 명확히 구분한다. 이 서늘한 구분은 살아있으면서도 이미 삶을 소모해버리는 태도에 대한 경고로 다가왔다. 부동산 개발이라는 일은 본질적으로 예기치 못한 리스크의 연속이다. 더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와 가족을 지키겠다는 책임감은 어느새 ‘투쟁’의 형태로 굳어 나를 조여 왔다. “이 고비만 넘기면”이라며 오늘을 유예하던 나에게,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은 비로소 실재적인 구원이 되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내가 끌어안고 있는 이 수많은 리스크와 선택의 무게는 먼지처럼 작다. 그렇다고 내 삶이 하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작은 존재가 느끼는 두려움과 책임, 선택의 고통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라는 사실을 세이건의 시선은 일깨운다. 이 관점은 내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내려놓게 해주었다. 모든 선택이 반드시 성공으로 귀결되지 않아도 괜찮으며, 모든 투쟁이 승리로 끝나지 않아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안도감. 나는 비로소 조금 더 담담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결국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은 나에게 죽음을 준비하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이 순간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이미 충분히 살아 있는 오늘을 불평으로 낭비하지 말라고 조용히 타일렀다. 평범한 하루를 지켜내는 일, 건강한 몸으로 일하고 가족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이 시간이야말로 죽음을 통과한 철학자가 남긴 가장 현실적인 가르침일 것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더 나은 인생을 살겠다는 거창한 결심보다, 오늘 하루를 조금 덜 불평하며 살아보겠다는 소박한 다짐을 한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진짜 ‘수업’이었을지 모른다.


​사실 이 책은 목차만 훑어봐도 예사롭지 않은 울림이 전해진다.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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