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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민님의 서재
  • 봄의 제전
  •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 26,100원 (10%1,450)
  • 2022-03-14
  • : 1,444


<봄의 제전: 세계대전과 현대의 탄생>



 움트는 생명으로 가득 찬 봄이 왔다. 따뜻한 햇볕과 초록이 무성해지는 가로수들로 기운이 충만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는 우리 곁에 있고, 기후 위기 속에서 꿀벌은 사라지고 있으며, 전쟁은 지속되고 있다.


 <봄의 제전: 세계대전과 현대의 탄생>은 모더니즘의 시초로 대표되는 발레 <봄의 제전>을 시작으로, 1차 세계대전의 진행과 그 전장 속에서 펼쳐진 이야기들을 파고들어 간다. 현대 예술의 추상과 아방가르드를 전쟁과 연결 지은 점이 주목할만하다.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봄의 제전>은 모더니즘의 시초로, 어떤 감상이나 도덕적 목적은 결여된 채 에너지와 환희만을 강조했다. 극에서 다산성과 생명을 의미하는 처녀는 제물로 바쳐져 열렬히 춤을 추다 쓰러지고, 그 죽음은 희생이라는 명분 아래 영예로운 것이 되었다.

 기교를 제거한 그의 무대에서는 내용보다는 태도와 스타일이 더 중요했다. 그건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과 불특정하고 순간적인 움직임, 파도 거품처럼 거세게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예술이었다.


 <봄의 제전>은 여기서 세계대전의 발발을 잡아낸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아방가르드적 열망, 이성과 합리보다는 에너지가 끓어 넘치는 세계적 움직임 속에서, 전쟁은 민족의 자존감과 연결되고 삶으로부터의 휴가이자 생기와 에너지, 예술 그 자체와 연결된다


“눈앞에 벌어지는 일은 삶보다는 스크린에 더 어울린다.”


 가장 큰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1차 세계대전의 진행을 설명하는 부분은 암울함 속에 희열이 자리 잡고 있다.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크리스마스 휴전에 대한 이야기, 전쟁의 참혹에 너무도 익숙해진 병사들, 단절된 전장과 일상 그리고 전쟁 후 사회로 돌아가게 된 병사들까지의 흐름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공포의 참상도 일상으로 탈바꿈하고 권태를 가져올 수 있다.”


 전쟁이라는 스펙터클의 연속 속에서, 군인들은 터지는 포탄과 동료의 죽음에도 점차 무뎌졌다. 그저 전쟁을 헤쳐 나갈 뿐, 그 속에서 생각은 유해무익했고 다들 비슷한 표현을 사용하고 비슷하게 기도하며 전쟁을 버텨냈다. 전장 속 사람들이 목도하는 파괴의 현장은 이미 초현실적이었고, 에너지로 가득 차 심지어 “매혹적인 구석”이 보이기까지 하는 곳이 되었다.

 <봄의 제전>은 드라마처럼 세 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1914년 이전 유럽의 문화생활과 전쟁의 진행과 그의 여파, 마지막으로 2차 세계대전과 국가들의 흥망을 짤막하게 전하고 있다. 다양한 자료와 함께 전쟁과 모더니즘을 조명하는 점은 새롭고, 전쟁의 묘사는 지루하지 않고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롭다.


“삶에 대한 우리의 현대적 인식에서 비운동적 대상 같은 것은 없다.”
 -미래주의자 움베르토 보초니


 얼어붙은 겨울을 지나 새로운 움직임의 봄. 그리고 우리는 해가 갈수록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봄의 제전> 속 처녀는 제물로 희생되어 죽었지만 그건 명예로운 죽음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는 스펙터클 속에서, 일상과 단절된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도 봄은 오는가. 희생한 자에게도 봄은 오는가. 움직이지 않는 자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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