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오래된 가르침 속에서 언어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기운(氣)이 모양을 얻어 세상으로 흘러나오는 흐름이다. 공자는 “군자는 말에 신중하다(君子欲訥於言)”고 했고, 장자는 “말은 바람처럼 흘러가되, 마음은 고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어의 온도』는 이 오래된 지혜를 현대의 삶 속에서 다시 불러낸 책이다.
이기주는 언어를 온도로 비유한다. 차가운 말은 칼바람처럼 마음을 베고, 따뜻한 말은 봄볕처럼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이는 곧 음양의 조화를 닮았다. 지나치게 뜨거운 말은 불같아 상대를 태우고, 지나치게 차가운 말은 얼음처럼 관계를 굳힌다. 중요한 것은 말의 기운을 적절히 다스려, 중용의 온도를 유지하는 일이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마치 선(禪)의 화두처럼, 짧고 담백하지만 오래 마음에 머문다. 그 말들은 행간의 여백 속에서 스스로 숨을 쉬며, 독자의 내면에 스며든다. 동양적 시선으로 본다면, 『언어의 온도』는 ‘말을 다스리는 것이 곧 마음을 닦는 일’임을 일깨우는 현대판 언어 수양서다.
결국 이 책은 묻는다. “그대의 말은 지금, 어떤 기운을 띠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마음의 물결을 고요히 가라앉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