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moffatts85님의 서재
  • [수입] 말러 교향곡 1번 [Sacd Hybrid]
  • 말러 (Gustav Mahler) 작곡
  • 17,600원 (19%180)
  • 2008-07-21
  • : 62
곡 : Mahler "Symphony No.1 - Titan" 
지휘 : Valery Gergiev
연주 : London Symphony Orchestra
발매 : 2008
녹음 : Stereo DDD
레이블 : LSO
 
사실 게르기에프라는 지휘자 특성상 뭔가 정석적인걸 바라긴 당연히 힘들지만.
이 말러 1번 음반은... 정말 평단에서 호되게 혹평받았다.
Gramophone에서 "다시는 듣고싶지 않은 연주"라고까지 했으니 뭐.
08년부터 런던심포니와 게르기에프가 말러 싸이클 음반을 내놓으면서,
2번,3번,6번 등등 그 어느 하나도 호평을 받는게 없건만,
그래도 이 아저씨 굴하지 않고 꿋꿋히 계속 내놓는다.

 이름 모를 모 평론가는 게르기에프의 말러를 일컬어.
"깡패같은 연주"라고도 했지만..
아니 솔직히 말해서, 짜임새 있는 말러를 원하면 아바도를 들으면 되고,
곡 자체에 충실한 분석적인 말러를 원하면 불레즈를 들으면 될 일 아닌가.
그 밖에도 번스타인과 샤이와 텐슈타트 등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게르기에프가. "이게 내 말러 음반이요!!"라고 제시하는 건.
분명 이들과 다르게 자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어떤 일종의 자신감일테다.

사실. 나도 이거 처음 듣고 참 많이 당황했다...
깡패같다는 저 표현이 바로 와닿을 정도로.
이 인간 도대체 각 성부의 밸런스 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 정갈하던 LSO의 목관들은 어디로 행방불명됐으며.
그 점잖던 LSO의 금관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자신감이 넘쳤던가.
 
이건 말러의 교향곡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그 신경질적인 미학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말러는 특히나 지휘자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그게 백색 칼라에 가깝든, 흑색 칼라에 가깝든,
기본적으로는 일단 말러라는 "심약한" 작곡가의 캐릭터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뒷받침 되었다.
그 냉소적이고 소심한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그가 자신의 교향곡을 통해 전달하고 했던 부끄럽지만 극단적인 그 낭만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말러를 해석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지휘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말러와 혼연일체가 되느냐,
그리고 그 미묘한 밸런스의 히스테리적인 로맨스를 표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겠다.
당장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베를린 필의 말러 1번만 들어보더라도.
앨범 표지에서 수줍은 듯 웃는 아바도는 바로 말러와 매치가 된다.
그 짜임새와 critical한 긴장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우리 게르기에프 아저씨.
이해. 뭐 그딴거 없다.
"너 말러냐? 나 게르기에프야"
애시당초 심약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게르기에프에게 말러와의 혼연일체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굳이 비유하자면.
기로써 말러 자체를 눌러버리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랄까.
사실 말러 입장에서는.
따지고 보면 자기가 쓴 곡인데.
이상하게 말도 안되는 지휘자 한녀석의 기에 눌려서 깨갱.

그래서 곡의 전반적인 느낌은 이렇다...
말러도 왠지 삐뚤어지고 싶어졌달까.
누가 말걸면 인상 팍 쓰고 쳐다보면서 침 좀 뱉고 싶어진 그런거.
(물론 시도 자체가 매우 어색하지만)
그리고 이 수줍은 말러 뒤에는.
동네 싸움짱 일진 게르기에프 형님이 있다. (속칭 빽이라 하지)
이 둘의 어색하지만, 나름 흥미로운 동행.
재밌잖아?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