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김간장 책장
  • 원더독
  • 다케우치 마코토
  • 11,700원 (10%650)
  • 2016-02-29
  • : 270

약 10년 전, 그러니까 초등학교 시절 읽었던 <안내견 탄실이>는 성인이 된 지금도 기억하는 몇 책들 중 하나이다. 시각장애가 있는 소녀와 그녀의 길에 함께하는 안내견 ‘탄실이’의 이야기였는데, 어린 소녀 춘양의 마음에 어찌나 감동을 주었는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다. <원더독>을 만나고 그 시절 감성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아마 이 책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소라자와 고등학교 입학식이 진행되고 있는 운동장. ‘겐타로’라는 남자 신입생이 유기견 ‘원더’와 함께 등장한다. 당시에는 이름도 없었던 이 강아지에게 마음이 쓰이는 겐타로, 하지만 키울 여건이 되지 않기에 강아지를 맡아줄 사람을 찾아다닌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텐트 치고 야영을 하던 반더포겔부(이하 반겔부)원들과 담당교사 ‘다이치’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반겔부원이 된다. 그리고 단호하게 키울 수 없다는 교감선생님과의 신경전을 이겨내고 원더는 학교의 상징(?)으로서 자리 잡고 반겔부와 함께 지내게 되는 이야기이다.

 


 

 

 

부러웠던 그들의 문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여러 책과 영화들을 보면 일본은 고등학교 동아리 문화가 활성화되어있는 것 같다. 특히 ‘인터하이’라는 전국 고등학교 종합체육대회가 있는데 <원더독>의 반더포겔(Wandervogel, 말하자면 등산·캠핑 동아리)부가 여기에 속한다. 질풍노도의 시기, 또래들과 같은 활동을 하며 갈등을 빚기도 하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가기도 하면서 여러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자유롭게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내 고교시절과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들을 보면, 수능 공부에만 매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스펙’을 쌓기 위함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 대학이 뭐길래. 가끔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날 때면 할 이야기가 ‘야간자율학습시간’에 관한 추억뿐이다. 야자 땡땡이쳤던 기억, 야자시간에 선생님 몰래 치킨 시켜 먹던 기억 등등. 우리 세대는 공부에 관한 추억(?) 빼면 이야기할 것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원더독>을 읽으면서 문득 부러웠다. 일본의 고교 동아리 문화가.


   

 

‘원더’를 만나 성장한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내가 주목한 사람은 ‘교장선생님’이다. 크게 주목받거나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아니지만, 그가 퇴직하기 전 마지막 졸업식 송별사에서 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예상치 못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퇴직하신 야기 교장 선생님 이야기인데, 마지막 졸업식 때 그런 말씀을 하셨지요. 졸업생 송별사를 하시던 중에 ‘좀 이상한 이야기를 하겠는데요. 마지막으로 교문을 나설 때, 기둥 밑을 봐 주세요.’ 하고.”


(…)

원더가 날마다 거르지 않고 영역 표시를 한 탓에, 콘크리트 기둥은 거기만 색이 변했다. 원더가 처음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부터 지켜본 겐타로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었지만, 야기 교장이 그것을 졸업식 화제로 골랐다는 건 뜻밖이었다.


(…)

"‘조그만 원더조차도 날마다 거듭해서 자신이 살아가는 증거를 새기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라, 이 소라자와 고교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성과겠지요. 여러분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것을 보고, 자신이 이 학교에서 갈고닦은 노력의 성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주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씀 하셨어요.”

 

“학생들 반응은 어땠나요?”

 

“원더 오줌 얘기란 걸 알았을 때는 역시나 웅성거렸지요. 엄숙한 식장에서 그렇게 웅성거리는 것 자체가 얘기를 흘려듣지 않았단 거잖습니까. 교장선생님 마음은 전해진 것 같았고, 끝으로 ‘부디 소라자와 고교에서 지낸 날들을, 앞으로의 인생에서 살려 나가기 바랍니다.’라고 말했을 때는 박수가 일었지요.”

학생들뿐 아니라 교장선생님까지도 원더를 통해 성장하고 성찰했던 것이다.

 

그래, 그리고 나는 꾸준히 살아가며 증거를 남기고 있는가.

      

<원더독>을 읽은 느낌을 말하자면 뭔가, ‘고쿠센’같은 드라마 한 편을 본 느낌이랄까. 새끼였던 원더가 성견으로 성장할 동안 학생들도, 교장선생님도, 그리고 나도 함께 성장했다. 이제 이 책은 책장에 꽂아두고 언젠가 ‘원더’가 필요할 때 다시금 꺼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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