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있거나, 종교인·비종교인·반종교인 중 하나에 해당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세상은 만들어 졌는가? 그 자체로 존재했는가? 아니면 우리가 아직 모를 뿐인가?
나는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무엇을 희망할 수 있을까?
본 책은 듣기만 해도 어려운 일신론, 일체론, 유물론의 세계관을 ‘삶과 죽음’을 주제로 흥미진진한 소설 형식으로 잘 풀어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왕국에서는 우리네 인생 문제들에 대한 해답, 아니 정답을 찾고자 '신념 토론 대회'를 개최하고, 무신론자인 생물학 교수와 동양의 지혜를 전하는 요가수행자 그리고 신앙심이 깊은 여성 수학자가 초대되어 설전을 벌이게 된다. 그들이 대변하는 진리는 참으로 심오하지만 서로 모순되는 것만 같은 그런 진리들이다. 만일 우리 각자 내부에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 그리고 신앙인이 동시에 잠재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다음 표는 3일에 걸쳐 진행되는 열띤 토론대회를 주도하는 세 인물이다.
아나스타시아
:그리스도교 신학자 겸 수학자
라다
:인도 철학자 겸 요가수행자
샤를르
:생물학 교수
세상은 신이 만들었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있었다
세상은 과학적 원리이다
일신론
일체론
유물론
기본적으로 이 책은 세계에서 큰 맥을 형성하는 세가지 시선을 일상적인 대화주제를 통해 쉽게 설명 한다. 또한 토론 이외에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왕국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많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책.
인상깊었던 부분--------------------------------------------
진리란 무엇일까?
누군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의미있는 것을 선택하지요?"
샤를르가 답변의 첫 실마리를 제시했다.
“어떤 권위에 의한 논증도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어떤 유명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확신하기 때문에 그를 믿어야 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분 자신이 스스로 확인한 다음에야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을 것 입니다.”
라다 양이 유사한 생각을 토로했다.
“어려분의 경험을 믿으세요. 하지만 어려분이 존경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결코 거부하지는 마세요.”
아나스타시아는 샤를르와 라다를 다정하게 바라본 후 웃는 얼굴로 청중들에게 말했다.
“그 답은 바로 사랑입니다. 여러분이 가장 사랑받고 또 사랑하게 되는 곳에, 심지어 여러분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는 곳에 진리가 있습니다." - 206p
익살꾼 광대
토론대회 중간중간 익살꾼 광대가 등장한다. 그는 하품을 하기도 하고 맥주나 한잔 하자며 소리치기도 한다. 또한 격정적인 토론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고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감초같은 역할도 한다. 이해 못하겠다는 태도, 혹은 토론 내용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그의 태도에 심히 공감하면서, 마치 불 끄는 소방관 같았다. 토론을 이끄는 제 3자로 말하기에 충분.
느닷없이 익살꾼 광대가 자리에서 일어나 급하게 무대로 향했다. 그리고 청중들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삶에 대해 알고 싶으신가요? 자, 여기 있습니다!”
그는 금속 통을 들고 있었다. 그 안에 손잡이가 달린 고리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단상 위를 걸으면서 엄청나게 큰 비눗방울을 만들어냈다. 비눗방울이 천장을 향해 올라가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기뻐 날뛰었다. 그리고 방울이 터지자 머리를 푹 처박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시 침묵하던 광대는 “삶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삶이란 생겼다가 날아가고 또 사라져버리는 그런 덧없는 의식의 방울이랍니다.”
이런 선언을 마친 광대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 이런 시적인 표현에 익숙하지 못한 청중들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감동을 받은 듯 했다. 진행자는 정신을 차리고서 잠시 휴식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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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철학적인 책은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어 시도를 하지 않는 편인데, 소설 한 편 읽는듯한 기분으로 마지막장까지 읽을 수 있었던 책이였다. 철학책을 읽고싶었지만, 어려울 것 같아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다만 한번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 같다. 개념을 알게 되었다면 또 한번 정독하여 말랑말랑한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