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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밤의 아이들 2 (무선)
  • 살만 루슈디
  • 14,850원 (10%820)
  • 2011-10-10
  • : 2,971

  나는 누구-무엇인가? 내 대답은: 나는 나보다 앞서 일어났던 모든 일, 내가 겪고 보고 행한 모든 일, 그리고 내가 당한 모든 일의 총합이다. 나는 이-세상에-존재함으로써 나에게 영향을 주거나 나의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이고 사건이다. 나는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일어난 모든 일이며 내가 죽은 뒤에도 나 때문에 일어날 모든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특별히 나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모든 '나'가-즉 지금은-6억-명도-넘는-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모두-그렇게 다수를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되풀이한다: 나를 이해하려면 세계를 통째로 삼켜야 한다. (본문 302-303쪽)


  한 아이가 자라나는 동안 역사와 운명에게 수도 없이 흠씬 두들겨 맞았다. 아이는 어떤 사람으로 자라날까? 참다가 참다가 보면 빛을 발하는 날이 오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낙관주의에 빠져 살아갈까, 내 인생의 종점은 결국 '망함'이라고 생각하면서 비관주의에 빠져 살아갈까. '살림 시나이'는 말 그대로 수도 없이 당했다. 그는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지만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태어나면서 인도라는 나라와 운명을 같이 하게 된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무엇을 하였나. 


  기록을 했다. 특별한 능력으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모조리 읽어낼 줄 알고, 그런 능력을 잃은 후에도 매우 섬세한 후각 능력으로 세상의 모든 냄새를 맡을 줄 알았다. 그런 능력에 더하여 기억을 잘 하는 능력과 글을 잘 쓰는 능력으로 기록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글을 읽는 독자에게(세상 사람들에게) 인도라는 나라를 알렸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 중에서 대부분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말해 주었다. 


  앞서 1권을 읽고 쓴 리뷰에서 천 명 하고도 거기에 한 명을 더 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영국이 점령했던 땅을 되찾은 인도가 신생 국가로 거듭난 그 날 자정에 태어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그 중에서 시간 여행을 할 줄 아는 능력이 있는 아이가 자신들의 존재 이유는 모조리 전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을 때 살림은 그가 비관주의자라고 생각했다. 


  어린 아이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형태의 낙관주의는 죽음, 소멸이 머릿속에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다.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함은 거기서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람은 결국 언젠가 죽기 때문에 존재 의미가 생기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반드시 사라진다는 확실함 때문에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하고(사라지면 다신 볼 수 없으니까), 무한하지 않은 인생에서 시간 내에 자기 꿈(아주 작은 소망일지라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살림 시나이를 비롯한 천 한 명의 아이들의 운명은 노년에 죽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겠지만 어쨌든 죽기 전에 살림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했고 실천했다. 자꾸만 분열하는 나라와 사람들을 위해서 정치적인 행동을 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에 질려 버렸다. 그의 능력은 정치를 잘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일까. 대신 그는 열심히 기억하고 기록했다. 그것이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이뤄야 할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운명 앞에서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기만 할 수는 없으므로. 


  그는 언어와 피클을 이용해서 자신의 기억을 영원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기록이 정말 영원할지는 알 수 없는 일 아닐까. 하지만 금방 잊힐 일도 기록하면 오래 전해진다. 그렇게 해서 그의 기록이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 사람들에게 읽히고 교훈을 얻게 만든다. 살림은 젊은 나이에 강력한 균열을 겪어야 했으나 신생 국가인 인도의 운명과 자신의 운명은 같을 수밖에 없었으니 그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그가 갈라지고 부서지면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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