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읽고 글쓰는 곳
  • 홍학의 자리
  • 정해연
  • 12,600원 (10%700)
  • 2021-07-26
  • : 52,417

1.


  다음(Daum)에 접속했을 때 어떤 책 한 권을 추천하는 글을 읽었다. 책을 추천하는 글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홍보성 글일 수도 있다는 의심 때문에), 글이 담백했으며 그저 순수하게 재밌어서 올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에 관심이 갔다. 그렇게 추천 받은 책이 정해연 소설가의 『홍학의 자리』였다. 기억하기로 글쓴이는 결말을 읽은 다음에 믿을 수 없어서 첫 장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했다. 그런 다음 처음 장면을 다시 읽었다고 했나?


  2. 


  18세의 고등학생을 사랑하는 40대의 남(男) 교사가 있다. 고등학생의 이름은 '채다현'이고 교사의 이름은 '김준후'다. 준후에게는 아내도 있고 아들도 있는데 완벽주의자인 아내에게 질렸고 더 이상 사랑하는 감정도 없다. 반면 다현과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숨통이 트이는 것만 같다. 다만 미성년자와의 만남이고 자신에겐 아내와 아이도 있어서 주변에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비밀 연애를 한다.


  소설에서 다현이가 일찍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은 초반부터 나오기 때문에 소설에 대한 스포가 될 수는 없다. 다현이의 가슴 아픈 가정사는 그 아이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고 쓸쓸하게 만든다. 다현이의 죽음 앞에서 그 아이의 담임이자 애인이었던 김준후는 어떤 행동과 감정을 드러냈나? 그는 자신에 대한 사회적인 평판이 더 중요했기에 아이의 죽음을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형사들이 아이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만남을 지속한 사실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 했다. 그래서 아이의 죽음에 속임수를 끼얹기로 했다. 이야기는 그렇게 전개된다. 형사들이 그의 속임수를 파헤쳐 나가고 다현이의 개인적인 사정, 그리고 김준후의 비밀까지 알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이야기는 매끄럽고 군더더기 없이 진행된다. 


  추리 소설, 장르 소설로서 이 소설은 그야말로 '재밌었다.' 느슨해지는 부분이 없었으며 문장은 잘 다듬어져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반전은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 반전은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고 두 번째 반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 두 번째 반전 때문에 나도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갔다. 한두 장 정도 소설을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추천한 글쓴이와 마찬가지의 행동을 나도 하고 있었다. 


3. 


  준후는 달려들듯 캐리어를 잡고 바닥에 눕혔다. 한쪽 면에 붙은 두 개의 검은 버튼을 양손으로 누르자 덜컥 소리와 함께 잠금이 풀렸다. 비밀번호는 걸려 있지 않았다. 캐리어를 열고 깔끔하게 개켜진 옷가지들을 성마르게 헤쳤다. 뭘 찾으려는 뚜렷한 목적은 없었지만 자신이 들여다 보려 생각한 적 없던 영주를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본문 236쪽)


  여기서 말하는 영주는 준후의 부인이다. 그가 들여다 보려 생각한 적이 없던 이유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의심 때문에 그녀의 물건을, 그녀를 제대로 확인하려고 한다. 추리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관심을 줄 일이 없었거나, 관심이 없어졌던 인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의 비밀을 파헤치려 한다는 점. 


  어쩐지 스탠드 조명의 불빛,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불빛과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던 물체에 그런 불빛들이 환히 비추면서 물체의 정체를 알게 되는 과정까지도. 추리 소설에서는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의심스럽다. 모두가 다 의미심장한 사람이고 그의 말도 그렇다. 그렇게 된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