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에 사는 인류는 문명이 진화하고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안락한 삶, 더 자유로운 삶, 더 부유한 삶에 대한 욕망이 커졌다. 원시인이 생존, 그러니까 살아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삶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한다면 현대 사회의 인간에겐 더욱 다양한 삶의 목적이 있다. 결국 생존이 가장 중요한 삶의 목적임에도 인간은 자주 그리고 오랜 시간 그런 사실을 잊을 때가 있다. 당장 먹을 음식이 없어서, 잠 잘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어떤 존재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태라서 생존의 가치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적어졌다. (물론 우리는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런 사실마저도 잊고는 한다.)
그런데 평온하게 지내던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났다. 류츠신의 소설인 『삼체』에서 그 존재는 '삼체'라는 행성에 사는 '삼체인'들로 드러난다. 항성인 세 개의 태양을 돌면서 극한의 자연환경을 견뎌내며 진화한 삼체인은 지구인보다 막강한 힘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언젠가 항성 때문에 자신들의 별이 멸망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환경이 삼체보다 훨씬 나은 지구를 점령하기로 결정한다. 당연히 인류는 엄청난 위기에 놓이게 된다. 삼체가 지구인들이 물방울이라고 부르게 될 탐측기를 지구의 우주 함대와 지구로 각각 보내고 이후에 전 인류가 삼체 때문에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끔찍한 상황들에 놓이게 되면서 인류는 비로소 절실하게 느낀다.
바로 생존의 가치를 말이다. 극한 중에서도 극한의 상황이 살아있음을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인지 깨닫게 만든다. 공포와 혼돈, 외로움 속에서 방황하며 지구인들은 깨닫는다. 삶은 끊임없이 힘들지만 분명 소중한 것이라고. 인류는 앞으로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방황하고 절망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살아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살아있음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인류는 우주에서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 갈까? 류츠신의 상상력이 바로 그 이야기를 써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