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발간된 삼국지 중에서 단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개인적으로) 주저 없이 선택할 삼국지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정사를 기반으로 쓴 삼국지가 전무하다시피 하고
(김원중 교수의 정사 삼국지가 최근에 재발매 되었으니 참조하실 분들은 하시길.
하지만 대충 훑어보면 알겠지만 재미로 볼만한 책은 아님)
행정가 출신 저자의 정치적 해석을 곁들인 평역 스타일의 재미 또한 취향저격이다.
혹자는 이 책 자체가 너무 조조 편향적이라 하는데
읽어보면 알겠지만, 서주학살과 같은 실드불가의 사건은 확실히 비판하고
다른 무리수 있는 정책에 대해 조조 관점에서의 부연이 있기는 하지만
설명의 개연성이 없는건 아니다. 나름 납득갈만한 해석이 붙는다.
다만, 촉(유비)팬들은 읽으면서 불만이 있을수도 있겠다.
예를 들면, 2권의 경우 유비는 맨 끝에가서 두어 페이지 언급되고 끝인데
뭐, 군웅할거 초반의 유비가 그렇게 존재감 있는 군벌이 아니니 어쩔수 없다.
(3권 중에서) 둔전이 본격적으로 실시된후 조지가 농우의 임대료와 소작료를 많이
거두어들이면 곡물의 증산이 어렵다고 보고했다. 또 물이 있어야 가뭄 피해를
제거할 수 있으므로 관개사업을 실시할 것을 건의했다. 농우의 임대료와 소작료를
낮추는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조정을 지탱하고 조저의 군대를 먹일
세입과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4권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성술로는 운제, 충차, 아골차 등 공성기구를 이용한
직접 공격 방식이 있었다. 이외에도 적의 성보다 높게 토산을 쌓고 위에서 성안을
굽어보며 공격한는 방식과.... (생략)
(6권 중에서)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돌아와 보니 조정 내에 조조가 대공을
이루었으니 병권과 직위를 반납하고 은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정되어 있었다.
조조의 패전으로 그의 권위가 떨어진 틈을 노린것이 분명했다.
조조는 이 여론의 실질적인 배후로 순욱을 지목했다. 순욱이 적어도 사류 사이에서
이 여론을 조장 내지는 방관한 것이 틀림없었다. 이것이 조조가 양현자명본지령을
발표하게 된 배경이었다.
정사 배경으로 쓰여지긴 했지만, 저자 나름대로의 소설적 상상도 상당히 괜찮다.
황건기의에서 장각의 인간적인 고뇌에 감정을 대입하는 부분이나
픽션임을 저자가 미리 밝히고, 여포와 초선의 픽션에 양념을 치는 방법은
이 저자가 소설가의 기질도 상당히 가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 사실 이 책뿐만 아니라 국내에 모든 삼국지에 해당이
되는 거지만 - 지도가 중국 전도 딸랑 하나라, 군웅할거 세력의 대립이나
이동이 확 머릿속에 넣기 어렵다. 다른 연의를 보면서는 그냥 소설적 재미로
보니 지도의 부재가 별 문제가 없었는데, 정사 기반이다 보니 그건 좀 신경이 쓰임
(뭐 인터넷이 잘 되어 있는 세상이니, 인터넷 지도 찾아보면 된다만)
굳이 절판도서에 와서 이런 평을 남기는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이런 좋은 도서의 재발매가 이루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 잠도 안오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