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책을 처음 본거는 20년도 넘게도 전에
도서관에서 구판으로 봤던 것 같다.
당시 클래식 가이드북이란 게 마땅치 않던 시절이라,
이 책을 보고 지금은 없어진 강남 타워레코드에 가서
추운 겨울날 마태수난곡 칼 리히터 59년 녹음을 처음
용돈모아 구입했던 기억이 나는데
음반 구입에 대한 잊지 못할 추억을 준 책이기도 하지만
냉정한 시각에서 지금 이 책을 골라야 할 이유는 없다.
추천음반들은 지나치게 저자의 세대에 머물러 있으며
곡 해설 및 다양한 음악역사에 대해서도
이를 대채할수 있는 많은 서적들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물론 지금까지도 찬탄받는 명반들도 있음은 사실이나
아무리 시대를 초월한 명반이라도 20세기초중반 모노음원을
1순위로 추천하긴 쉽지 않다. 또한 몇몇 추천은 너무 주관적..
푸르트뱅글러, 크나퍼츠부슈, 브루노 발터의 비중이 높고
저자는 조악한 음질이 감동을 가리지 못한다고 얘기하지만..
조악한 음질은 감동을 가리고도 남는다.
심지어는 1900년대 초반 SP 음원이 추천인 경우도 있음)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이해불가의 외래어 표기법도 제대로
한 몫을 했다. 원어 발음에 충실하게 표기한다며
쓰여진 방법이 거의 ㅍ → ㅎ, ㅋ → ㄲ로 바꿔놓은 식인데
에스프레소 커피를 '에스후레소 꼬휘'라고 표기한 것에
이르러서는 경악을 금치 못할뿐...
(이후 개정/수정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내용 자체는 클래식 입문자들에게 참고서적으로 무난하다.
다만 다시 강조하지만, 추천 음반은 참고로만 하기 바란다.
예를 들어 바흐 골드베르그 변주곡은 란도브스카와 빌헬름 켐프
두 연주자를 추천하는데, 빌헬름 켐프의 경우 꾸밈음이 완전히
생략된 독특한 형태라 입문자에게 추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