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가장 난해한 학문'이라고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양자역학이지만
물질의 본성을 탐구하고 이해하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일지
아니면, 취업계의 이공계 선호로 인해 반도체공학이나 전자공학의 근본을 이루는
양자역학의 이해 필요성이 높아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근 몇년 양자역학 교양서나, 준전공서에 해당하는 책들도 상당히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이 난해한 학문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도를 높이고 싶어서 서점을 뒤져봐도
결국은 수식덩어리 전공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예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랄까.
어찌되었던, 양자역학은 어느 책 한권으로 만족할수는 없는 분야다.
저 책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다른 책의 설명으로 의문이 풀리기도 하고
또 이 책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또 다른 저 책의 설명으로 의문이 풀리다보면
하릴없이 시간의 함수로 책장은 채워져 가는거다.
고전역학에 이어, 번역을 해준 이종필 교수가 책 말미의 에필로그에도 언급했지만
많은 책들은 플랑크의 흑체복사이론을 시작으로 해, 보어의 양자조건을 풀어가면서
시대순으로 서술하는게 대부분이라면
이 책은 시작부터 행렬역학을 기반으로 한 스핀을 꺼내든다.
서두에 슈뢰딩거 방정식을 꺼내놓는 그리피스 양자역학보다 어찌보면 파격적이랄까.
두괄식이든 미괄식이든 어느 방법이 이해하기 좋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으니만큼
어떤 방식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책장은 쌓여간다)
암튼 역자의 말을 빌리자면, 서스킨드 교수는 정면돌파를 시도한 거다.
서스킨드 교수의 주관은 확실한거 같다. 그 시작이야 어찌됬든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쉬운 수학적 풀이로 상대의 이해를 끌어내는 것.
칸토르의 말처럼 수학의 본질은 그 자유로움에 있다는 것이라는 말처럼
난 이러한 풀이를 다른 책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어찌됬든 서스킨드 교수는 잘만 쓰지 않는가.
참고로, 전작인 고전역학과도 비슷한 부분인데.. 모든 설명을 이 책에서 해주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간단한 변수분리법으로 풀어야 하는 미분방정식의 해는 풀이없이 그냥 결론으로
언급하니 참조하기를.
또한, 수식보다 말로 하는 설명이 더 추상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꽤 있다.
미시적 세계는 우리의 손에 쥐어지는 물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을 포함한 어떠한 책의 설명으로도 고전역학처럼 직관적 이해는 쉽지 않을거라 본다.
하지만 최대한 고전역학과의 연관성을 끊임없이 연결해가며 설명하려 노력하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은 단연 독보적이다. 이건 읽어보고 판단하시라.
아무리 생각해도, 양자역학의 태동과 발전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플랑크의 흑체복사이론, 빛의 스펙트럼, 발머/리드베리의 공식,
제만 효과, 보어/조머펠트의 양자론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20c 초반에 얽혀 이 거대한 학문의
토대가 되었다는 건, 무지하지만 호기심 많은 인간에게 한 수 가르쳐주려고 하는
신의 훈수가 있었다고 보는건 너무 억측일까.
마지막으로, 출판업계의 영원히 풀리지 않는 난제인 오탈자에 대한 부분은 이 책도 피해갈 수 없다.
어쩌겠는가. 차분히 읽어가면서 틀린 수식을 바로잡는 당신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