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인 이웃집 어린이에게 가끔 그림책을 읽어주곤 한다.
나는 어린 시절에 역사, 특히 한국사에 대해서는 지지리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무척 부끄럽고 아쉽게 생각된다. 더군다나 어린 시절 이후로 고등교육을 받을 때까지도 한국근대사는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고 시험에 잘 나오지 않는 부분이라며 학교에서도 소홀히 다뤄졌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조금은 어렵고 어두운 내용이지만 이 책을 아이에게 한 번 읽어봐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채 읽지 못하고 목소리가 떨려 읽어줄 수가 없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슨일이냐고 물어봤다.
나는 오늘은 네가 한번 읽어보라고 도저히 슬퍼서 읽을 수가 없다고 대답해주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하나도 안 슬픈데 무섭기만 하고."라고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나중에 학교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배우게 될 때 이 책을 다시 한번 떠올려봐. 이렇게 무섭고 슬픈 일은 다시 일어나면 안 되겠지?"라고 나도 웃으며 대꾸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역사적 배경이 설명되진 않지만 이런 책을 읽고 자란 어린이들은 반드시 우리나라의 지나온 세월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 믿기에 참으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어린이들이 읽고, 또 어른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