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를 펼치면 옛 486 컴퓨터에나 쓸법한 낯선 베이식 코드가 적혀 있다. David is cool이라는 문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코드. 이건 뭘까? 누군가의 장난일까?
맞다. 처음 컴퓨터를 만난 어린아이의 장난이다. 하지만 이건 마법이기도 하다. 마약중독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보육원에서 자라 구글x메타에서 일하는 신경과학자가 된 저자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든 순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내밀한 사연이 담긴 블로그를 읽는 듯한 돋움체의 본문, 한 문장씩 짧게 이어지는 대화로 숨돌릴 틈 없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린 묘사 덕분에 가끔 끼어드는 신경과학, 생물학, 창발, 복잡계 같은 개념이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개념은 먼 나라의 학문이 아닌 저자의 ‘삶’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건 인생이건, 단순한 요소들로부터 복잡한 패턴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설명하는” ‘창발(emergence)’ 개념이 바로 자신의 인생이라고 설명하는 저자는 ‘부분들이 상호작용 하며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복잡계를 삶에 대입한다. 보육원을 떠나 조부모와 삼촌의 집을 전전했지만 과학에 조예가 깊은 삼촌 부부의 집에서 과학 잡지를 처음 만나고, 선생님에게서 신경과학 이야기를 처음 듣고, 대학에 진학하는 등 인생의 변곡점에서 만나는 소소한 순간들이 삶을 전혀 다른 경로로 이끈다.
책의 제목인 ‘카오스의 가장자리’는 “기억이 얼음처럼 굳어졌다가 물처럼 흐르면서 생각을 새롭게 빚어내는” 상전이가 일어나는 순간이다. 경직되지 않고, 물처럼 흐르며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는 카오스의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가능성을 만난다. 때로는 우연으로, 때로는 노력으로 우리의 삶은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다. 규칙과 패턴은 수많은 변수를 만나 삶을 다른 모습으로 빚는다. 과학의 언어를 배우며 자신의 삶을 재발견한 저자처럼, ‘창발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조율하는 삶이 어디로 나를 이끌지, 책을 읽으며 가만히 들여다본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