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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nda0220님의 서재
  • 실험하는 고고학자
  • 샘 킨
  • 25,200원 (10%1,400)
  • 2026-08-20
  • : 3,775

아니, 고고학이 이렇게 재미있을 일? 고고학은 지층에서 화석을 파내고 매머드 뼈를 맞추는 먼지 풀풀 나는 일 아니었던가?

 

물리학을 전공한 저자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일해 온 재능을 살려 고고학이라는 옛 학문을 지금의, 그리고 미래로까지 나아가는 학문으로 바꿔 놓는다. 사실 이 벽돌책의 무게에 압도되어 첫 장을 펼치자마자 눈앞에는 마치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처음 목격한 것처럼 깜짝 놀라게 된다. 호모 사피엔스가 죽은 화석이 아닌 이름과 생명과 뼈와 살을 입은 사람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들판을 뛰어다니고, 재와 신선한 풀잎으로 침대를 만들고, 숨을 죽여 다가가 코끼리를 잡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유물과 화석을 파헤치는 고고학이 아니라 ‘실험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저자는 공학자, 화학자, 맥주 양조업자, 미용사가 되어 7만 5,000년 전 아프리카에서 1500년 무렵 멕시코 고지대에 살던 다양한 인류를 눈앞에서 되살린다. 이를 위해 직접 뛰어드는 실험이라는 것은 다름 아니라 이집트인이 마시던 맥주를 직접 만들고, 이것저것 섞은 연고를 자기 상처에 직접 발라보고, 미라를 만들고, 투창을 만들어 던져보는 일이다. 이건 말 그대로 그때 그 사람이 되어 보는 일 아닌가?

맞다. 실험 고고학을 하는 사람들은 유물만으로는 그 삶으로 직접 들어가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유물은 그저 과거의 ‘결과’를 보여줄 뿐,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말해주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름과 가족과 살아가는 공간을 지닌 사람들이 대화하고, 먹고, 무언가를 발명하고, 동물에게 죽임을 당하고, 도망치고, 살아남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영화 몇 편을 시리즈로 보는 것 같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저 재미를 위해서는 아니다. 저자는 ‘잃어버린 것을 들춰내 보여주고,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멸종과 소멸에 맞서는 노력을 자극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말도 안 되는 실험을 한다. 그렇게 실제로 살아가는 삶이 드러난다. “고고학이 ‘단순히 흙을 파내는 일이 아니라...과거에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것. 한 걸음 들어가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며 삶의 본질을 느끼는 것, 그것이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직접 느끼는 일이다.”

 

이 책에는 주변에서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던 발명을 해내는 사람, 노예 목걸이를 풀고 제 손으로 탈출하는 사람, 위험을 감수하고 어른이 되기 위해 사냥에 뛰어드는 여성 사냥꾼이 있다. 인간의 창의성과 적극성이 우리 DNA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들이다. 하지만 무덤을 파헤쳐 귀중한 향수를 훔치는 도굴꾼, 폭력으로 팔이 부러진 미라를 보면 유구한 인간의 폭력성과 비이성적인 면에 갑갑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인간은, 역사는 되풀이되면서도 또 진화한다. 인간은 놀라운 재능을 지닌 한편 끝없이 실수를 저지른다. 그렇게 제자리걸음 하는 듯하지만, 그 시간을 살아간 개인의 발자취가 인류 전체를 한 걸음 밀어주기도, 퇴보하게 만들기도 한다. 괴짜 과학자들과 그만큼 괴짜인 저자 덕분에, 그렇게 실수에서 배우고 경험을 바탕으로 나아가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좋은 책을 전해주신 해나무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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