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소설의 중심에 낭만적 사랑을 놓고 인물들이 사랑을 추구하다 뭔가 거대한 것에 도달한다고 하면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 그럴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날 사랑을 은유로 사용하는 것은 발견의 행위가 아니라 향수에서 비롯된 행위일 것이다.“
그러므로 연애소설은, 연애 시대는 종말을 맞았다.
냉혹할 정도로 단단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세상을 향한 투명한 창을 보여 주는 비비언 고닉이 윌라 캐더, 이디스 워튼, 케이트 쇼팽, 한나 아렌트 등의 글과 삶을 들여다보며 사랑과 욕망, 금기와 반항, 무력함과 전진하는 용기가 들끓는 글과 삶을 들여다본다. 30년 전 글이지만 지금 보아도, 그 때 이미 ‘가능하지 않다’라고 단언했던 연애 소설들이 독자의 시선을 끌려 애쓰는 지금도 고닉의 날카로운 비평은 유효하다. 고닉이 다루는 작가들은 소설 속 인물에 자신을 대입해 현실과의 거리에 괴로워하고, 사랑을 갈망하고, 자신을 성찰하려 했던 작가들. 고닉은 한 사람의 삶을 영원히 다른 방향으로 끌어내는 무자비한 힘이 더 이상 낭만이 될 수 없는, 목소리를 지워 버리고 묻어 둔 상처를 기어이 헤집고, 기대와 욕망이 우리를 흔드는, 낭만적 연애를 그린 소설을 뒤집어 사랑의 뒷모습을 내보인다.
마지막 글인 〈연애소설의 종말〉은 이들의 소설에서 되짚어낸 삶을 성찰한다. 그렇게 ”사랑이 전부였던 시대의 소설가는 사랑을 이용해 진정한 통찰의 빛을 끝까지 탐구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 사실에서 ‘삶의 가련함’을 느낀다. 고닉의 이 글을 읽은 우리는 금기와 제약이 있던 시대, 벗어날 수 없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하던 시대에 가능했던 연애 소설을 이제 다시는 전과 같이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