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달하고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싳다는 소망에는 ‘아프지 않고, 너무 늙어보이지 않고, 제 앞가림을 다 하며, 즐겁게,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노년을 살겠다는 불가능한 욕망이 숨어 있다. 아마 이건 불멸을 바라는 거나 다름없는 소망일 것이다. 지금 작업을 마무리하는 중인 책에서도 계속 강조하는 바는 ‘인지력 쇠퇴를 거스를 수 없다’는 거다. 나이 드는 일, 나 자신을 잃어가는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 최대한 그 일을 미루고, 되도록 증상을 가볍게 만들자는 내용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업받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한껏 드러내는 예술가로 살아왔던 이들이 노화라는 벼락같은 감금 상태를 맞이할 때, 이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버텨내고, 또 새로운 창의력을 발휘하며 그 시간을 살아갔을까?
생생하게 곁에서 삶을 바라보는 듯한 정지인 선생님의 번역으로 읽는 아홉 여성 예술가의 삶에서는 당황스럽고 어찌할 수 없고 온 몸과 마음으로 나이 듦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평생 쌓아 온 창의력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치열하고 충격적이고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원제처럼 삶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그랜드 피날레’를 장식하는 모습에, 다가올 노년이 그리 두렵지만은 않게 되었다. 특히 헝겊 인형과 셀들을 이어가며 노화가 덮쳐오는 몸을 그대로 직시해 이를 창의성으로 전환한 루이스 부르주아, ‘자신 안에서 나오는 음들’을 다음 세대에 전하며 살아갔던 메리 루 윌리엄스의 일화가 특히 좋았다.
“시간은 단선적이기보다 고리처럼 구불구불 흐른다는 것을, 그 왜곡은 우리를 과거로 되돌리는 일도 많지만, 우리가 더는 존재하지 않을 미래로 우리를 던져버리기도 한다.”
정희진 선생의 추천사에도 (반갑게도) 언급되어 있듯, 이 책에 실린 여성들은 성역할에서 벗어난 특권적인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자신의 지워를 누린 이들의 노년이지만, 이들의 노년에서 곧 다가올 내 노년을 비춰볼 수도 있겠다. “흔히 세상의 종말처럼 여겨지지만, 당연하게도 아직 막이 내린 것은 아닌”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우리 올드 레이디들의 피날레를 기억”하며 천천히 준비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북하우스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