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그랬다. 서점에 엄청나게 쌓여있는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봤을 때도, 그 열풍에 이끌려 주문한 책이 집에 도착했을 때도, 책은 너무도 두꺼웠고 그다지 애플에 관심이 있지 않았으므로 평생 책장에 꽂아놓아도 못 읽을 책처럼 보였다.
예상대로 책은 일 년 넘게 책장에서 나올 기회를 찾지 못한 채 꽂혀 있었다.
사고 싶은 책은 많은데 책장은 읽지 않은 책들로 가득 차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던 차에 가장 두꺼운 책인 <스티브 잡스>를 집어들었다.
애플 제품이 발표될 때마다 스티브 잡스로 도배되어 버리는 신문기사를 익히 보아왔지만, 9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 나올만큼 이 사람 인생이 대단한가 싶었다.
예상 외로, 책은 매우 쉽게 읽혔고 재미있었다.
아마도 전문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n의 필력의 힘이 크지 않았다 싶다.
맥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관한 기사를 읽을 때면, 항상 등장하곤 했던 애플 제품의 직관성과 통합적이지만 폐쇄적인 시스템이 1984년 원조 맥킨토시가 출시되었된 때부터 애플 또 스티브 잡스가 줄곧 추구하던 것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던 스티브 잡스의 기사를 볼 때도, 인문학 열풍을 이용한 언론 플레이가 아닐까 의심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애플의 전 제품을 통해 스티브 잡스가 추구한 것이 무었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애플이 새롭게 나아갈 길을 항상 제시해왔던 그가 없는 지금, 그를 대신한 팀 쿡이 애플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또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결합된 어떤 새로운 제품으로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