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8일은 대다수 국민들의 깊은 애도와 함께 서른일곱 번째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엄숙하게 진행된 날이다. 하지만 1980년 10.26 사태 이후 군부의 재집권 야욕에 항거하며 광주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의 수많은 시민들이 봉기하여 반독재민주화를 외치다가 군부세력의 무차별적이고 잔혹한 폭력에 짓이겨진 채로,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고결한 뜻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장렬히 산화했던 그때의 암울하고 어두웠던 날들을 생각하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우리 모두의 고통스런 기억의 시간이기도 하다. 역사를 언급함에 있어 만약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필시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는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며, 또한 그동안 진행되어왔던 무소불위의 독재 권력의 행태를 고려해보았을 때, 이 땅에 민주주의가 정착화 되기까지 혹시 모를 또 다른 곳에서의 그보다 더 큰 희생이 요구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과적으로 광주민주화 운동의 정신은 훗날 6월 항쟁으로 이어져 군사적 독재정치가 소멸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꽃을 피우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기구 유네스코는 그때의 기록물을 토대로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쳐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인권 향상의 계기,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들이 민주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이 되었음을 인정하여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를 부정하면서 과거 군부가 퍼트린 왜곡된 내용을 마치 사실인양 받아들이고 심지어 이를 교묘하게 조장하는 등의 역사의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로 여겨진다. 그러한 시각에서 이 책은 당시 사건의 과정들을 알려주는 여러 기록물들과 사진자료 그리고 관련자들의 증언을 수록하여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올바른 역사인식과 함께 진실을 마주하고 민주주의 의식을 함양하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싶다.
이 책은 광주에서 민주화 항쟁이 발발하기 이전의 우리 정치사회의 분위기, 다시 말해 1970년대가 거의 끝나갈 무렵 유신독재정권의 타도를 외치며 학생과 지식인집단으로 구성된 민주화 운동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배경으로부터 시작하여, 광주에서의 본격적인 민주화시위 요구가 어떻게 촉발되어 확대 전개되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왜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크게 세 가지의 단계로 구분지어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책 속에 다루어져 있는 모든 내용에는 의견 다툼이 될 만한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상상에 의한 허구를 배제하고, 사건의 세부적인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사실을 증명할만한 실제의 진실을 바탕으로 시간 배열에 따른 기록일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제삼자의 외부적인 시각에서 사건의 실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책에는 독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들이 여러 곳에 나타나 있는데, 먼저 당시 군부세력이 광주에서의 민중봉기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막고 고립시키기 위한 작전의 일환으로 언론과 지역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봉쇄해왔다는 정황이 상세하게 드러나 있다. 또한 점점 불어나는 시위대로 인해 경찰병력으로의 진압이 어려워지자 군 수뇌부가 곧바로 특전사 군인들을 투입하여 무자비한 폭력으로 대응했고, 그럴수록 시민들의 저항이 한층 거세어지는 것을 우려하여 그들을 폭도로 매도하거나 북한이 개입했다는 유언비어를 고의적으로 퍼트려 내부분열을 조장해왔다 사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책의 내용에서 경악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최근 외국의 언론기자가 미국 정보부의 기밀문서를 근거로 폭로했던 내용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군부세력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군대를 동원했다는 사실을 미국정부가 사전에 미리 인지했음에도 이를 묵인하고 방조해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어서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외에도 자위권 발동이라는 명목으로 진압군의 무차별적인 총격으로 무고한 사상자가 나타나면서 시민들이 무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긴박한 순간과, 더 이상의 죽음을 목도할 수 없었기에 외롭지만 힘든 투쟁을 지속해야했던 그들의 속내를 독자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요내용은 광주항쟁 직후 사실관계에 따른 진실규명을 명확하게 다루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되었다. 그러나 서슬이 시퍼렇던 군부권력은 광주항쟁이 여론화되어 대중들에게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갖가지 이유를 들어 출판을 억제하였으며 집필자들은 물론이고 책을 유통한 관련자들에게까지도 탄압을 일삼았던 것은 이미 알려진지 오래다. 그래서 독자들이 책을 읽기에 앞서 이 한 권의 도서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국민들이 탐독하면 안 되는 불온서적에 가까운 금서의 취급을 받으며 중단될 위기의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할 것과, 더 나아가서 이 책의 내용을 단순한 사실 전달에만 국한하여 그 의미를 찾기보다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넘어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폭넓은 인문학적 시각의 차원으로 인식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안정된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어 다른 여타의 나라들이 이루어 놓은 것과 비교해 압축적인 형태로 빠르게 그 모습을 성장시켜왔다. 그 과정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거룩하고 숭고한 항쟁의 정신은 우리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본보기가 되어 면면히 이어져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지못해 소극적으로 거행하는 것 같은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 왔다. 일례로 국가보훈처가 식순과정에서 참석자들이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제창을 거부하여 의도적으로 폄훼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다시 새로운 정권으로 바뀌면서 5.18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확고한 공식 입장을 밝혔으며, 과거 청문회에서 조차 뚜렷하게 밝혀내지 못했던 발포명령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5.18 민주화운동의 기록을 담아낸 최초의 역사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으로 말미암아 많은 독자들이 그 때의 항쟁과정에 대해 깊은 이해와 함께 깨어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