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히 읽고 공부하고 싶은 훌륭한 책을 만났다.
현실 사회에서 협력학습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사회구조적 모순이 어떻게 공고해지는가를 설명한 부분,
사회 변화를 막는 방법 부분은
학습지로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졸업식날
함께 일 년 수업을 통해 만났던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아래는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을 워드화한 것이다.
가급적 무단 도용은 안 했으면 한다.
이렇게 훌륭한 책은 꼭 사보는 것이 좋다. ^^
-----------------------------------------------------------------------------------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제도 중 무엇이 더 먼저인지 말하기는 어렵다. 두 가지는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경쟁 제도가 굳건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경쟁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경쟁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제도를 경쟁적인 것으로 만든다." 폴워첼은 이렇게 말하면서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동시에 두 가지를 모두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각적인 접근이다. 개별적으로 사회를 보는 통찰력을 키우거나 행동을 바꿀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공유하는 경쟁적 가치관을 동시에 약화시켜야 한다.…우리의 믿음과 가치관이 사회제도를 만들고, 사회제도가 우리의 믿음과 가치관을 확립하기 때문에 다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36쪽
사회의 변화를 막는 방법
1. 세상을 좁게 보라 : 개인의 심리적 불안은 사회구조-개인의 성격 발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면, 사회의 변화를 막을 수 있다. 여기서 모든 문제의 해결은 개인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를 들어 노숙자들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돕는 것은 괜찮지만, 그러한 상황을 만든 정책이나 경제제도에 관한 분석과 규명은 사회의 변화를 불러오는 급진적인 태도이므로 삼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각종 불법행위(오염물질의 불법 투기부터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뇌물과 로비까지)들도 사회구조와 아무 상관없는, 기업가 개인의 문제로 여기게끔 만들면, 그러한 범죄 행위의 원인이 되는 각종 제도들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2. 적응하라 :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각 개인이 현상에 스스로 순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전에는 '재교육'이라는 권위적인 방법이 사용되었으나, 오늘날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어떻게 하면 성공하며, 훌륭하게 협상할 수 있는지의 문제부터 오늘 무슨 옷을 입어야하는지의 문제까지, 각종 매체들을 통하여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거의 모든 충고들은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라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순응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굳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개인은 제도의 틀에서, 기존의 규칙에 따라 성공해야 한다. 무엇인가 잘한다는 것은 현실에 잘 적응했다는 뜻이며, 그렇게 잘 적응함으로써 자신을 순응하게 하는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
3. 자신만을 생각하라 : 현실 구조에 적응하면서 성공하라는 말은 자신의 행복만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모든 관심을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한다면 지금의 사회제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이런 말이 물질적 성공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의료나 심리 문제에도 적용된다.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면 되므로, 다른 이들을 불합리한 상황에 빠뜨리는 사회구조에 눈을 돌릴 필요는 없다. 개인은 자신의 일만 신경 쓰고 세상은 그저 알아서 돌아가게 놔둬라. 이것만큼 현재 체제를 영속시키는 좋은 전략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인간의 자기계발이 사회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잠재능력 계발을 위한 운동들은 대부분 개인의 성공이나 평안한 삶을 위한 것이며, 사회구조엔 신경 쓰지 않는다.
4. 현실적이 되라 : 우리를 둘러 싼 사회구조를 옹호할 필요는 없다. 심지어 그 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이미 정해진 사회제도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어쩔 수 없잖아", 혹은 "그게 바로 현실이야"라고 말하면 된다. 이렇게 개인의 무력함을 내세우는 것은 실제로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럼으로써 현재의 제도를 더욱 공고히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을 보이게끔 훈련받은 사람은 사회 변화에 무신경할 것이다.
때로는 현실 제도를 거부하거나, 각각의 개인은 구조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미약한 존재라는 믿음에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즉각 '이상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면 된다. 이상을 갖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여기서 의미하는 바는 그런 것이 아니다. 여기서 이상주의자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란 뜻이다('세상'〓'우리사회', '있는 그대로'〓'앞으로 계속 그러할 것'). 이상주의자라는 말은 그가 현실이나 '인간 본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따라서 그의 주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이에 반하여 '실용주의자'들은 주어진 현실 안에서만 행동하고 생각한다. 그 틀을 깨려는 노력은 어리석다. 그들은 만약 우리의 현실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 실행 가능한 것이라면, 우리는 이미 그것을 사용하고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현실주의를 내세우면 지금의 제도나 구조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지 않아도 되므로 매우 편리하다. "매우 좋은 생각이지만 실현가능성은 없다."고 말하는 것만큼 편리한 대처법이 어디 있겠는가? 비판자들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반박하면 그 영향력이 줄어들 뿐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면 간단하게 무시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주장이 틀렸다고 말하기 위해선 긴 논쟁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를 단지 공상가, 혹은 순진한 사람이라고 부르면 더 이상의 논쟁은 필요 없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게끔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사람들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믿게 되면 실현 가능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안이 실제로 실행되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은 커지며(원래 불가능한 것이므로),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입증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이러한 예는 사회의 공공성을 약화시키거나 정부의 기능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정부나 공공기관들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면서, 그곳(공립학교나 병원, 공기업)에 쓰일 자금을 민간 주체들에게 돌려버린다. 그 결과 공공기관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렇게 말한다. "내 말이 맞지?"
강력한 현실주의는 사회비판의 영역을 담당해야 하는 대학이나 언론 등이 그저 현상만을 반영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의 교육 담당 기자가 슨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자.
매우 유감스럽게도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이 어린이 프로그램에도 침투하였다. … 아이들이 보는 연재만화인 '고인돌 가족(The Flintstones)'에서는 치열한 야구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고, 마지막에는 형제애와 자매애를 강조하는 에피소드가 방송되었다. 이것은 어린 아이들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경쟁하는 시합의 참된 목적이 아니다.
이러한 기사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 글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기존의 가치관이나 제도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것은(만화영화의 각본까지도) 부적절하다고 몰아세우는 하나의 전형을 보여준다. 현재의 고나행에 도전하는 것은 이상주의적이며, 더 나쁘게는 '메시지를 포함(아이들을 의식화)'하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순수(메시지를 포함하지 않는)한 것이다. 대부분의 다른 프로그램은 이 글을 쓴 기자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승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현재의 관행들을 충실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보기에 그런 내용은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형제애를 강조하는 것이 메시지를 포함하는 것이라면, 경쟁에서의 승리를 강조하는 것 역시 아이들을 의식화하는 것이다.
5. 합리화하라 : 현재의 사회구조를 옹호하며, 그것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변화에 반대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면, 그들과 그 제도에 대한 비판은 보다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비판을 피하기 위해-동시에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해- 자신은 '체제를 내부로부터 변화시키려고' 지금처럼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ㄱ러나 그들은 그 체제에 안주하며 자신의 지위를 높여간다. 예를 들어 매우 보수적이며, 강력한 힘을 지닌 단체나 정당에 들어가면서, 자신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개혁(내부로부터의 변화)을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며, 아주 전통적인 합리화의 방법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목표를 가졌다고 해도 근본적인 구조의 변화는 추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 구조의 일부가 됨으로써 더욱 확고한 지위와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또는 더 큰 목표를 위해서 잠깐 동아만 그러는 것이라고, 아주 그럴듯하게 합리화하는 방법이 있다. 스스로를 이렇게 합리화하면서 현재 체제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궂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243쪽~2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