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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리 2025/07/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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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 김나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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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5-06-27
: 1,329
지은이 : 김나은, 박선혜, 은숲, 김해낭
출판사 : 사계절
출간 연도 : 2025년 6월 27일 1판 1쇄
페이지 : 총 155쪽
주제 분류 : 청소년>청소년 문학> 청소년 소설
[김나은 작가]
파스텔톤의 핑크색과 민트색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표지에는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고, '사람'으로 보이는 인물이 '아가미'를 가진 존재에 손을 뻗어 닿으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조금 더 세심하게 바라보면 사람은 비눗방울처럼 동그랗게 생긴 기구로 머리를 감싸고 있다. 아마도 이 기구는 호흡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일 거다. 그러니까 아가미를 가진 존재가 숨쉬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책 표지는 김나은 작가의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에 대한 내용이다.
이 두 존재가 만난 곳은 물 100%로 이루어진 케토라 행성이고 아가미를 가진 존재는 케토라인이다. 지구인인 유나가 불시착으로 케토라 행성에 떨어졌고 이 사건을 계기로 지구와 케토라와의 교류가 시작되는 이야기.
케토라인은 성장이 이루어지면 시각 능력이 퇴화하고 전기 신호로만 소통하기 때문에 어린 케토라인이 지구인 유나를 관찰하는 일을 맡는다. 이 어린 케토라인은 유나를 관찰한 후에 경이롭다, 아름답다고 말한다.
하지만 케토라인은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일이 없다. 연두 목적으로 모여 있는 과학자 집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혼자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한다. 그래서 '친구'라는 개념이 없다.
만약 반대로 지구에 케토라인이 불시착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차갑고 매끄럽고, 얇은 막과 갈퀴가 있고, 폐를 제외한 다른 장기들이 모두 지느라미에 달려있는 낯선 존재에게 경이롭고 아름답다고 할까? 완전히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안전한 존재라는 것이 밝혀질 때까지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낯설어서 두려운 존재에 대해 '알아보자', '들어보자'라는 태도를 먼저 취하기는 할까?
낯선 상대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친구'라는 개념이 없는 케토라와, 낯선 존재에 대해 방어적이지만 대신 '친구'가 존재하는 지구.
이제 이 두 행성은 교류를 시작한다.
다양해서 아름다운 친구가 더 많이 생기게 되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
동명 작가의 '나란한 두 그림자' 도 관통하는 주제가 비슷한 것 같다. 다만 여기에는 케프라인 대신 '하늘 나라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존재'가 나온다. 개념으로는 '유령'이지만 현실에서는 감각되는 존재. 예를 들면 신문에서 읽는 난민과 자기의 나라에서 살 수 없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의미가 닿을까 모르겠다.
[박선혜 작가]
사람이 자다가 꿈을 꾸면, 꿈 속에 담긴 무의식에 따라 로봇이 행동하는 일이 발생한다. 원인은 4세대 로봇의 칩과 인간의 뇌가 동기화되어서. 한별이는 집안일도 해주고 비빔면도 맛있게 끓여주는 로봇 '로로'와 함께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 어두운 생각을 로봇이 실천할까봐 쉽게 잠들지 못한다. 여기까지 설정이 너무 흥미로웠다. 한별이의 어두운 생각은 돌봄 로봇의 케어를 받는 엄마에 대한 것이다.
로봇이 무의식을 행한 결과로 다수의 사람을 해쳤을 때 잘못은 로봇에게 있는가, 로봇과 동기화된 인간에게 있는가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기업은 개인의 무의식이 잘못이므로 로봇의 잘못은 없다고 선을 긋는 상황에서 정부는 백신을 제공한다. 하지만 백신은 무의식에서 꿈꾸는 것들을 로봇이 아닌 사람이 직접 행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현된다. 여기서 사람을 해친 아들을 백신 부작용 때문이라며 항변하는 또 다른 엄마가 나온다. 피해자는 안중에 없고 아들인 가해자(또 다른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엄마. 소재는 흥미로웠으나 이 부분이 불편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왜 불편할까 계속 생각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화자 '한별'의 엄마를 향한 감정은 계속 돌봐드려야한다는 마음과 돌봐드리기 버겁다는 마음 모두 다루며 입체적인 우리의 심리를 그려냈지만, 엄마의 사람을 해한 아들에 대한 감정은 피해자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으로 평평하게 그렸기 때문. 이런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엄마 집단의 이미지처럼 보이게 쓴 것은 "문학은 발견"이라는 명제에 비추어보면 섬세하지 못한 관찰 같다.
[은숲 작가]
작품 '고백 시나리오'는 로봇대행서비스가 일상화된 미래에 일어날 법한 10대들의 연애담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소설 중간에 삽입된 로봇 대행 서비스 광고 문구가 재미있다. 읽고 나면 "대행 보다 직행"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이 말은 뭔가에 도전해보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김해낭 작가]
어렸을 적 과학 시간에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고 외웠는데, 어느 순간 '수,금,지,화, 목,토, 천,해'까지만 행성으로 인정한다고 들었다.
명왕성은 태양과 멀리 떨어져있어 평균표면온도가 -233도에 불과하다는 것, 왜행성 134340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 그 전에는 행성 플루토(하데스)로 불렸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인지했다. 물론 나의 인지와는 상관없이, 이름도 상관없이, 변함없이 존재하는 별. 과학과 낭만이 만났다. 앞으로 명왕성 이야기가 나오면 이 소설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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