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으로 채권단 관리를 10년 이상 받으며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따라 투자는 커녕 회사의 존립을 걱정해야했고, 삼성전자에 밀려 언제나 2위였던 하이닉스. 지난해 2분기 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22년간 1위였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는 소식은 반도체시장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놀라운 뉴스였다.
'슈퍼 모멘텀'은 하이닉스의 극적인 성공의 스토리를 5가지 모멘텀(가정)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1)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외자유치가 한창이던 2002년 뉴브리지캐피털에 매각된 외환은행처럼 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됐다면, (2) SK그룹이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고 계속 채권단 관리로 남아있었다면, (3) 엔비디아에 치여 GPU 시장에서 만년 2위였던 AMD와 메모리 시장의 2위 하이닉스가 협력한 HBM 기술 개발이 실패했다며, (4) 인공지능(AI) 열풍을 불러일으킨 엔비디아의 AI칩에 SK하이닉스의 HBM2E(3세대 HBM)이 탑재되지 못한 채 2020년이 지나갔다면, (5) 글로벌 경쟁 격화로 만년 저성장에 시달리는 한국경제에 SK하이닉스가 없었다면 1%의 성장도 가능했을까 등 5가지 모멘템에서 하이닉스의 의사결정과 집행을 당시 관련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꼼꼼하게 복원해낸다.
오기로 버티며 독하게 1위를 향한 집념을 불태우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하이닉스 임직원들,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읽고 주요 고객사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엔비디아, TSMC와 AI반도체 3각동맹을 이끌어낸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의 지원 등이 엄청난 시너지를 일궈내며 하이닉스의 HBM 성공을 이끌었다. 저자들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개발 과정을 적절한 비유화 눈높이를 낮추며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자세한 기술적인 내용을 꼭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이 전하는 주요 인사이트를 따라가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저자들은 앞으로 반도체 시장 아니 세계를 바꿀 AI 산업의 변화 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주요한 역할을 할 지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누구도 알 수 없는 거대한 전환이 밀려오지만 어떻게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고 실천하느냐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책 말미에 실린 최태원 회장의 말처럼 '더 큰 꿈을 꿔야 거기에 맞춰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