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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바람님의 서재
  • 연애의 기억
  • 줄리언 반스
  • 13,500원 (10%750)
  • 2018-08-30
  • : 2,598

평생 잊을 수 없고 헤어진 뒤에도 내 뒤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같아 내내 의식하고 그리워하는 연인을 사랑했던 시절을 되돌아 볼 때 기억과 마음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대학1학년인 19살의 폴은 고향집에 내려와 테니스클럽에 만난 29살 연상인 48살의 수전을 만나 이내 평생의 사랑에 빠져든다. 사랑하는 여인만 곁에 있다면 세상의 그 어느 것도 필요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았던 폴은 순수한 사랑의 열정을 그녀에게 바친다. 역시나 대학생인 두 딸이 있지만 가끔씩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사는 중상류층 가정의 주부인 수전은 폴과 만난지 3년만에 집을 나온다.

...

소설은 수전과 폴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담은 1부, 런던에서 함께 10여년을 살아가는 2부,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폴이 혼자서 둘의 사랑을 되돌아 보는 3부로 이뤄져 있다. 1부는 폴의 1인칭 시점으로, 2부는 작가가 폴을 지켜보는 2인칭 시점으로, 3부는 폴의 이야기를 그려가는 3인칭 시점이다.

이야기의 시점이 점차 객관화되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둘의 사랑에 대한 폴의 기억은 조금씩 변화해간다.

1부는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며 수전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만 일관하던 폴의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하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작은 모험과 연인을 기쁘게해주겠다는 일념으로 벌이는 온갖 행동들은 전형적인 연애소설처럼 읽힌다.

2부에서 폴은 수전이 마련한 돈으로 런던에 집을 구해 살게 되면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법학과에 다니며 변호사를 준비한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둘이었지만 어느새 수전은 술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알콜중독자가 되고 결국 알콜성 치매에 빠지게 된다. 폴은 그런 그녀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애를 쓰지만 자신조차 잊어가는 수전을 견디지 못한다. 끝내 폴은 수전의 친딸에게 그녀를 맡기고 해외로 일자리를 얻어 도피하듯 영국을 떠나게 된다. 그녀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한 사랑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전의 행동으로 그녀에게 혐오를 느끼는 순간이 반복되는 폴이 안타깝다.

3부는 이제 죽음을 앞둔 노년의 폴이 맹목적으로 돌진했던 19살 이후 자신의 사랑을 되돌아보는 회고담이다. '오직 하나의 이야기(이 소설의 원제는 This only story이다)'를 남겨 그녀를 올바르게 기억하기 위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녀를 떠올리려 하지만 이내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에 대한 어떠한 평가 없이 기억해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기억을 하는 순간의 폴의 마음이 그녀에 대한 기억을 계속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 나오지 않고 짐작조차 하기 힘든 것은 수전의 기억과 마음이다. 수전은 왜 29살 연하의 남자'애'와 함께 집을 나와 런던에서 살기로 했는지, 그녀가 술에 빠지게 되고 헤어나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알콜성 치매에 빠진 그녀가 폴을 보면서 어떤 기억을 떠올렸는지를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로지 폴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둘이 만나 이뤄나가지만 그 사랑의 마음과 기억은 각자에게 서로 다르게 남게 되고 아무리 깊게 사랑했던 사람들도 상대의 마음과 기억은 알 수 없다.

반스의 '나를 만나기전 그녀는', '내 말 좀 들어봐', '사랑, 그리고'라는 연애 이야기 3부작이 있는데도 "반스가 쓴 단 하나의 연애소설"이라는 출판사의 띠지 홍보문구는 좀 그렇네. 아무리 출판사가 달라졌다고해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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