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의 규칙을 거부하고 자신의 원칙을 지키려 외톨이 소수가 이들이 있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당장 인생에서 손해를 보거나 왕따를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옳다고 믿는 삶의 자세를 지켜나가는 이들.
김금희의 두번째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에는 소신을 지켜나가다 사회와 관계 속에서 쓰러지거나 사라져가는 이들을 지켜보는 나약한 소시민을 화자로 내세운 작품들이 앞머리를 차지한다. 표제작인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 영업팀장에서 시설관리팀원으로 전락한 주인공 필용이 대학 때 자신이 걷어먹였다고 믿은 양희와의 만남. '조중균의 세계'에 나오는 출판사 교열 담당자로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교열을 보는 조중균씨와 함께 책을 만드는 편집자 영주. 대학 요트 동아리 동기인 세실리아의 인천 작업실을 찾아가는 정은.
이들은 한 때나마 약한 자를 보듬으려하고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려했던 이들이었으나 어느새 직장내 경쟁과 먹고 살기에 지쳐간다. 인간답고자했던 원칙조차 내려놓고 좋은게 좋은 것이라며, 지금 나의 편의, 이익을 최고로 여기는 이들이 됐지만 이들을 비난하기는 힘들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양희, 조중균, 세실리아는 분명한 루저들이다. 어떻게든 정규직으로 버텨야 하고, 서울에서 살고 있어야 실패하지 않은 인생으로 평가받는 사회에서 누가 필용, 영주, 정은을 탓하랴 싶지만 등 뒤편이 서늘한 것은 피할 길이 없다.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지만 '이게 제대로 사는 것인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마저 내려놓을 수는 없기에.
김금희의 소설은 올 여름에 나온 '경애의 마음'을 먼저 읽었다. 경애의 마음의 주인공인 상수와 경애처럼 조직에서 밀려나거나 소외받는 이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따뜻해 전작을 찾아 읽었다. 전작이 실망시키지 않아 첫 작품집인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과 최근작인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