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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 짱구네 고추밭 소동
  • 권정생
  • 9,000원 (10%500)
  • 2002-10-25
  • : 2,823

  이 책은 권정생의 단편 동화 15편을 모은 책이다.  1991년 초판에 비해 2002년 개정판은 표현을 다듬고 장평을 키우고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 삽화를 풍부히 하는 등 어린이들에게 좀 더 친절한 책이다.  고추가 사방으로 흩어져나가는 장면을 형상화한 표지 그림은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듯 무언가 신나는 일이 있을 것임을 암시한다. 

  작가 권정생은 일제 시대에 일본에서 태어나 시대의 질곡을 겪고 평생을 질병, 가난과 함께 하다 시골의 예배당 종치기로 일생을 마감하였다.  낮은 곳에서 소중한 가치들ㅡ사랑, 희생, 봉사, 나눔 등ㅡ에 천착하여 그 가치들을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통해 담담하게 이야기 하였다. 

  표제작 '짱구네 고추밭 소동'은 '새들은 날 수 있었습니다'와 같은 다른 우화에서처럼 작가의 목소리를 좀 더 크게 들을 수 있다.  우화 속의 주인공들ㅡ작은 고추, 어린 새들ㅡ은 부조리에 굴복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행동한다.  작고 어리다는 것은 약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순수한 마음과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는 열정을 의미한다.  새벽 종소리로 잠들어 있는 세상을 깨우고 싶었던 작가 내면의 뜨거운 외침을 쏟아 낸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짱구네 고추밭 소동'은 짱구네 엄마와 누나가 이른 봄부터 땀흘려 키운 고추밭에 도둑이 들어 고추를 훔쳐가고 고추들이 그 도둑에 저항하여 물리친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고추를 통해 불의에 맞서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말한다.  도망치지도 말고, 외면하지도 말고, 그냥 화만 내지도 말고 의연하게 맞서 싸우라고 이야기한다.  옳지 못한 일을 옳지 못하다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한다. 

  '고침판에 붙이는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쓸 시기의 군사 독재가 얼마나 심하였으며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얼마나 몸부림 쳤는지를 보여주려 이 글을 썼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러한 작가의 말에 비추어 볼 때 동정도 없고 무자비한 도둑은 인간성을 훼손하는 권력의 모습 그대로이다.  캄캄한 어둠은 부도덕한 권력이 활개치는 시대를 나타내고 꽁꽁 동여 맨 자루는 권력이 행하는 자유의 억압이며 고추들의 몸부림으로 부풀어 오르는 자루는 고통으로 억눌린 민중의 아우성을 닮았다.  마침내 아주 사소한 사건ㅡ들쥐 한 마리ㅡ으로 민중은 봉기하여 자유를 되찾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의, 억압, 용기, 억압 등의 추상적인 가치를 이해하고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배운다는 것을 이 책의 효과로 볼 때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어린이에게 적합할 듯 하다.  또한 참된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옳지 않은 일을 보고 양심을 저버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다시 한 번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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