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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 넉 점 반
  • 이영경 그림
  • 10,800원 (10%600)
  • 2004-01-05
  • : 9,336

   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요 작가 중 한 명인 윤석중의 시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윤석중은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소재를 글 감으로 대구법과 반복의 표현으로 순수한 동심을 표현하여 어린이들에게 밝고 즐거운 노래를 선물하였다.  이 책은 작가의 낙천적인 작품 경향을 잘 표현하고 있다. 

  아기는 몇 시인지 물어보러 가겟집으로 심부름을 간다.  집으로 오던 아이는 물 먹는 닭에게 시선을 뺏긴다.  다시 집으로 오려는데 개미떼가 눈에 보이고 하늘 높이 날아 다니는 잠자리 떼를 좇아 들판에까지 가서는 분꽃을 따며 실컷 놀다 어둑해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고는 엄마에게  

  "시방 넉 점 반이래." 

라고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하며 심부름을 마친다. 

  이 시는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심부름'을 제재로 흥미를 유발한다.  닭, 개미, 잠자리, 분꽃 등 소박한 정경을 소재로 삼아 어린이들의 감성을 서정적으로 가꾸어준다.  아기의 심부름은 어린이들의 경험과 맞물려 더욱 즐거운 감상을 이끌어낸다. 

  함축적인 시어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고 '아기는 오다가'와 '한참'과 같이 대구법을 사용하여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읊조리게 한다.  급기야 아기가 되뇌이는 '넉 점 반'이 반복되는 부분에서 어린이들이 즐거이 따라 낭송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그림은 시를 구체화하여 감상을 돕는다.  다음 연의 소재를 슬쩍 끼워 넣어 보여줌으로써ㅡ가게 앞의 닭, 물이 담긴 대야 옆의 개미 한마리, 개미 행렬이 지나는 길 위로 날아 다니는 잠자리 떼, 잠자리 한 마리가 내려앉은 분꽃ㅡ 시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또한 아기가 집으로 돌아올 때 가겟집이 아기의 집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여주는 반전으로 시의 유머를 극대화하여 더욱 큰 웃음을 선사한다. 

  군데 군데 여백이 있는 채색 수묵의 그림은 시를 더욱 사랑스럽게 표현한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듯한 가겟집과 아기의 집의 세부 묘사는 '넉 점 반'이라는 말을 사용하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아기의 집 마당 펌프에 마중물을 붓고 두 세 번 누르면 그대로 그 시절의 추억이 마구 쏟아져 나올 듯 하다.  접시꽃이 소담스레 핀 담벼락, 처마 밑의 제비집, 들녘의 허수아비, 수풀 속의 메추라기 가족, 강아지, 고양이, 두꺼비 등과 속표지에까지 숨겨놓은 괘종시계, 수놓는 언니와 아기까지 풍부한 그림은 그 소박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림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나 풍부하기 때문에 글씨를 모르는 유아부터 가난했지만 정이 있고 여유가 있던 그 시절의 그리움을 간직한 어른까지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는 책이다.  그 중 꼽는다면,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다.  이 시의 유머를 이해할 수 있고 시어의 아름다움을 통해 언어 사용의 발달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 시를 즐거이 낭송하면서 시의 재미와 즐거움을 알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로 밝고 맑게 자라날 것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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