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바쁘다. 학교를 마친 후엔 여러 학원을 다녀야 하고 각종 시험도 준비해야 한다. 하다 못해 학습지 한과목 정도 하지 않는 아이가 드물다.
이렇게 공부에 치이고 어른들의 잔소리에 주눅든 아이들은 어떤 책을 좋아할까? '문학동네 어린이'가 펴낸 전경남의 단편집 '신통방통 왕집중'이라면 깔깔거리며 단숨에 읽어버릴 것이다. 김용연이 그린 만화풍의 삽화는 이야기의 재미를 한층 더해 준다.
네편의 이야기는 공통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부모와 갈등을 일으키고 모험을 한다. 모험의 과정에서 불안감이 고조될 즈음 위험한 상황이 해소되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단순하고 명쾌한 이야기 구조는 아이들이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도록 이끈다.
모험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설정은 부모가 억압의 존재인 동시에 아이들을 위험에서 보호해주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부모와의 갈등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부모의 품으로 돌아와 갈등이 해소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안정된 구조를 이룬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은 다양한 형태로 갈등을 겪는다. 진석이는 어린이날에도 혼자 있게 되어 외롭다. 민기는 일요일 아침에 늦잠을 자는 부모를 깨우려다 혼이 난다. 준환이는 쉴 틈도 없이 학원으로 내모는 엄마 때문에 집에 빨리 가기가 싫고 동우는 엄마가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약을 먹이려고 한다. 부모들은 현실의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하고 부조리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맞아, 우리 엄마도 저번에.......'하며 자신을 주인공의 자리에 대입시키고 주인공과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혼자서 하는 기차 여행이나 상상의 세계에서의 모험, 학원 빼먹고 놀기와 엄마 곯려 주기 등 자신들이 한번쯤 꿈꾸었을 법한 일탈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주인공의 모험에 동참하여 함께 가슴을 졸이고 놀라기도 하고 신나게 웃기도 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 작품을 재미있게 하는 또 한가지의 매력은 바로 거침없이 읽혀지도록 쓰여진 문체에 있다. 화자는 곧 주인공이거나, 주인공의 행동과 생각과 느낌을 자세히 묘사하며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전개해 나간다. 숨가쁘게 읽다 보면 마치 한편의 만화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한 느낌을 준다.
특히 '5월 5일'과 '신통방통 왕집중'을 권하고 싶다. '5월 5일'은 가족과 형제의 소중함을 과장 없이 그려 내고 있다. 목탄을 이용하여 그린 삽화는 진석이의 우울하고 답답하고 불안한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신통방통 왕집중'은 주인공이 재치있게 위기를 모면해 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심사평에서도 밝혔듯이 교훈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선과 악의 개념이 형성되어 있고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구별할 수 있는 초등학교 3학년의 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학원을 오가느라 지치고 과도한 공부로 힘들 때 부담없이 키득거리며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느새 새로운 기운이 솟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