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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님의 서재
  • 바르샤바의 열한 번째 의자
  • 김다은
  • 10,800원 (10%600)
  • 2016-11-15
  • : 31

바르샤바의 열한 번째 의자

 

우선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폴란드 사람들의 크리스마스이브 식탁에는 빈 접시 하나가 더 있다. 빈 의자와 빈 접시는 ‘언젠가 올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준비해 두는 것이다.

이 장면은 내가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뭉클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폐허가 된 영혼도 재건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 책을 진지한 자세로 정독하게 된 건, 순전히 저 문장에 의해서였다. 물론 열한 번째의 의자가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치매에 걸린 폴란드 할머니와 북한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한국전쟁 때 폴란드는 북한의 고아들을 받아들여 보살폈다. 그 당시 사회주의 국가들 간에 나누는 우정인 셈이다.

폴란드에서는 북한 어린이를 ‘소련꼬레아’라 부르고, 남한 어린이는 ‘미국꼬레아’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때 보육원에서 그 어린이들을 돌봤던 여인이 이제는 치매에 걸려, 과거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그곳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폴란드 할머니는 하염없이 어떤 아이를 기다리는 중이다. 식탁에 빈 의자와 접시를 준비하고서.

이야기의 또 한 축은 바로 저 질문을 던지고 폴란드로 영화 공부를 하러 떠난 ‘라아’이다. “폐허가 된 영혼도 재건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자폐아 오빠를 대신해 성폭력 피해를 당했던 그녀의 가슴을 표현한 말인 듯하다. 폐허가 된 전후의 바르샤바를 흑백으로 찍은 사진과 새롭게 재건된 컬러풀한 바르샤바의 사진을 한 장에 담은 엽서. 그녀는 그것을 보고는 자신의 영혼도 그렇게 재건될 수 있을까를 자문하듯이 철화에게 그 말을 남기고 유학을 떠난 것이다.

더 이상의 줄거리를 쓰게 되면, 이 소설을 읽을 독자를 방훼하게 될 테니, 이쯤에서 그만 하기로 하자. 그래도 하나만 더 해야겠다.

“울지 마, 아기……”

이방의 누군가가 한국어로 저 말을 하면서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면 어떨까? 당신은 이미 아기가 아니지만, 아기처럼 울고 싶을 때, 누군가 그래준다면…… 아마도 아이처럼 목 놓아 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가 마련해 놓은 열한 번째, 혹은 여섯 번째든 세 번째든 그 준비된 의자에 초대를 받는다면 어떨까.

독서를 끝낸 지금은 저 폐허의 재건에 대한 답을 얻었고, 열한 번째 의자가 누구를 위한 자리인지도 알았다. 참, 좋은 독서를 했다!

또 한 가지 알게 된 건, 나도 누군가를 위한 빈 의자를 늘 준비해 둘 거라는 사실이다.

누군가를 위한 의자와 빈 접시를 내 식탁에 준비하는 것! 그 장면을 상상만 해도 이렇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보면, 그 의자는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무엇을 대가로 주고 뜨거운 가슴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서둘러 누군가를 위한 빈 의자를 마련하자. 그렇게 마련해 놓은 빈 의자에, 어느 날 내가 초대될 수도 있을 테니!

폐허가 된 영혼도 제건이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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