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이 즐비한 거리에서 술꾼들 떠드는 소리가 왁자하게 들리는 곳, 그곳에서 나는 술에 취해 휘청걸음을 걷다가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내 집으로 향한다.
한 번 마셨다 하면 술을 다음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10분 거리마저 1시간으로 만들고야 마는 나는, 그러나 술을 애음하지는 않는다. 사실 술이라 하면 좋고 싫음이 분명하게 갈리는데, 술을 마시자는 연락을 받으면 온몸이 곤두서고, 오래도록 몽그작대며 미뤄온 일을 당장 해야겠다는 의무감마저 샘솟을 정도로 그것은 차선조차 되지 못하는 '싫음'에 가깝다. 그러나 마시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까운 범주에 들어찬 술꾼들이 나를 까먹지 않고 불러내는데 그 관심이 갸륵해서 하던 일을 박차고 뛰쳐나간다.
술이 썩 달갑지 않다면 안주라도 내가 정한다, 는 말도 도통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안주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지론으로 무장한 나도, 타칭 술꾼인 그들도 안주에는 전혀 해박하지 않았다. 안주를 정하는 시간조차 아까워 원래 가던 가게에 들어간다. 그런 술자리가 그나마 익숙하고 편했다.
익숙한 반복, 지루하기 짝이 없는 술자리에서 즐길, 정말이지 입맛을 돋우는 안주가 이렇게나 많다니. 책을 읽고 난 소감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감칠맛 나게 이야기를 참 잘한다. 냉면집에 가면 냉면은 못 먹고 취급하는 음식 메뉴에 칼국수가 있으면 기어이 칼국수를 시킬 만큼 냉면에는 취약한데 아주 작정하고 물냉면을 시켰다. 안주에 절로 어울리는 오묘한 맛이라더니 주문대로 한 잔을 곁들이니 확실히 기대 이상이다.
‘주홍빛 살얼음이 녹아가는’ 국물 위에 떠 있는 ‘차지고 부드러운’ 회를 후루룩 넘기는 대목에서는 아주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물회에 술 한 잔. 그 얼마나 매혹적인 조합이란 말인가.
해말간 웃음을 짓게 하는 능청스러운 글솜씨와 술과 안주에 일체감을 보이는 그녀는, 이윽고 집밥에 대해서는 직언마저 서슴지 않는다. 집밥이 무조건 맛있다고 하는 사람, 나는 부엌칼을 쥐지도 않은 채 그저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집밥에 대해 환상만이 가득했음을 깨닫는다.
독기를 품고 금주를 결심한 사람에게는 금서와 다름없는 책. 술꾼들은 환장할 이야기의 향연.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