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신체적 한계가 사물의 크기를 명백하게 제한한다.”
인체 공학에 바탕을 둔, 인간이 사용하거나 다루는 대부분의 도구와 기계 장비의 디자인은 인간의 의식 속에 오래도록 내재된 ‘예상되는 크기’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인간 척도에서 비롯한 표준 규격이 현실적인 비례로 자리하며 크기의 자유를 인간 맞춤형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규모가 양방향(확대와 축소)으로 범위를 확대해가는 움직임은 흥미로운 모순을 노정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러한 모순이야말로 인간이 조화로움을 느끼는 적절한 비례와 규모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예상된 표준을 지각하는 인간의 능력에는 오류 발생의 개연성이 작지 않았다. 남성이 자신의 과체중 상태를, 여성이 과소 체중인 상태를 정상으로 여기는 일, 그리고 부모가 자식의 과체중 상태를 표준으로 간주하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두 개의 중심원 크기가 주변 원에 따라 달라지는(실제로는 두 중심원의 크기가 같음에도) 현상을 나타내는 델뵈프 착시는 인간이 주변 환경에 의해 크기 지각에 대한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크기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의 공간은 그 성장에 한계를 내재하고 있기에 획득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역학적 요인과 수력학적 요인 탓에 나무 높이가 일정 수준 이상에 이르지 못하고(진화적 한계), 경제적 요인, 효율성의 문제 등으로 공학적 성취의 한계(고층 건물의 높이, 배의 무게나 풍력 터빈 회전자의 크기 등)에 부딪히는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크기의 성장이 규제되며 크기에 대한 감각을 만들어냈다.
인간의 판단에서 비롯한 일정한 크기의 심층을 다룬 책. 주변에 만연하는 대부분의 것이 정규분포와 그 결과를 따른다고 했을 때, 이 책은 분포 스펙트럼 오른쪽의 이상값에 위치했다. 비대칭적으로 분포하는 예외성을 띤 크기 속에 어떤 영감이 번뜩였다. 사이즈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일을 생각했다.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