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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메즈의 서재
  • 노마드
  • 앤서니 새틴
  • 19,800원 (10%1,100)
  • 2024-06-14
  • : 2,065

기록된 역사의 열차 안에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에는 정착민들의 역사만이 울고 있었다. 방랑하는 이들(노마드)의 역사적 광경이란 열차 내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어쩌면 볼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 천편일률의 인상이 드리워졌다. 정착민의 입장에서 정착하지 ‘못한’에 일방적으로 시선을 고정한, 우월의식으로 점철된 형태인 것이었다.

 

노마드가 일군 역사적 풍경은 시간의 경과와 전무한 기록에 의해 희미한 윤곽선만이 떠올랐다. 그러나 인류 역사는 수렵 채집이라는 방랑의 형태로 시작되었고, 인류 역사의 절반 이상을 노마드가 차지했으며 문명 형성과 발달에 그들이 상당히 이바지했음을 책과 씨름하며 알게 되었다.

 

일례로, 비옥한 땅에서 안정적으로 왕조 지배를 이어온 이집트인(정착민)들의 삶은, 북부 지역에서 길고 느리게 이주해온 힉소스인(노마드)들에 의해 산산조각난다. 무단 점령이라는 곱지 못한 정착민들의 시선에서 힉소스는 외국에서 온 침략자로 비쳤다. 그러나 안정의 이면에서 타성이 되어 자리한 보수주의와 타 문화 배제, 개인적 태만 등이 당시 이집트에 뿌리내렸음을 고려할 때, 힉소스의 이집트 북부 점령은 오히려 이집트의 문화를 융성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들에게서 무기 사용법과 전차를 받아들인 이집트인들은 향후 국경이 확장된 제국을 건설하는 등 노마드에 의해 긍정적인 이변을 맞이할 수 있었다.

 

“부드러운 땅에서 사는 정착민은 부드러운 인간이 되었고”, 높고 튼튼한 벽이 없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신체적으로 강인해질 수밖에 없었던 유목민들은, 지도자의 영단과, 공통의 생각과 종교로 결속된 연대의식으로 세계를 편력했다.

 

“정부와 제도의 성격도 국가 내에서 존재하는 그 연대의식의 성격에 좌우된다”

 

나는 그 말에 찬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화의 거대한 물결에서 도리어 만연한 이기주의가 개인과 집단, 국가 간의 연대를 집어삼키는 이 시대에 연대의식으로 무장한 노마드의 역사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까치글방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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