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류의 책 좋아한다.
이런 류의 영화도 꽤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평상시 즐겨 보지는 않았다. 왜? 이런 것 말고도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으니까.
그렇게 다른 읽어야 할 책들에 둘러싸여 머리가 지근거릴 즈음 뭔가 그냥 재밌는 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에 관심은 있지만 읽지 않았던 책을 골랐던 것이다.
그냥 재미 좀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받아 본 책의 두께에 조금 놀랐다.
아니 뭔 공포추리소설이 이렇게 두껍!
애들은 방학을 맞아 모두 친정에 놀러 갔고, 주말 부부인지라 그렇게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늦은 저녁 챙겨 먹고, 뜨개질 좀 하다가 저녁 9시 무렵무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 읽어 나갔다...계속. 문득 창문 밖이 희부윰한 것 같았다. 그때서야 시간을 보니
새벽 5시 50분이었다. 이리저리 자세를 백번 정도 바꾸어 가면서도 책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잠을 좀 청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을 끄려고 했지만 도저히 끌 수가
없어 바로 켰다. 그리고 그렇게 불을 켠 채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난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을 검색하고 있다. ㅋ
내가 제일 재밌어하는 공포 스타일이다
개인적으로 민속학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겁도 많으면서.
그래서 이런 류의 공포가 아주 맘에 든다. 서양의 공포 스릴러에서 느낄 수 없는
아주 동양적이고 토속적이고 샤머니즘스러운.
책을 다 읽고 늘 하던 버릇처럼 소설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라진 렌타로의 행방
사라진 시즈에의 행방이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이것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녀 사기리들...
요는 세력을 가진 두 가문의 힘겨루기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으스스한 마을의 분위기는 형세와 관련이 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언니 사기리를 통해 마을을 정탐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신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현령 비현령인 것이 무당의 공수라고 생각하는 나에겐 그렇다.
사기리가 본 영산에서의 환영들의 산적은 구구의례 이래로 그녀는 자주 트랜스 상태에 이르게
하는 약물에 중독되어 있었기에 충분히 볼 수 있는 환영들이 아니었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약 중둑자들이 이상한 환영에 시달리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가 대댠히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 같다.
결론은 늘 열린 결말이 이런 소설의 특징이긴 하지만 작가는 미신과 이성젹 사고의 경계 선상에
모든 사건들을 주욱 늘어 놓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있을지 저리로 건너 갈지는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그래서 이 미적지근한 결말에 나는 끝내 결론이 나지 않은, 렌타로의 행방이 너무 궁금하다.
놀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사라진 시즈에의 행방도 그렇다.
온 산을 다 뒤졌으면 렌타로을 찾을 수 있었을까?
작가는 두 형제가 영산을 오르면서 본 기이한 체험에 대해서 나름 합리적 설명을 해주긴 하지만
렌타로의 행방에 대해선 별 말이 없다. 그래서 경계에 있다.
책을 다 읽고 주말에 집에 온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 옛날 시골 동네에선 산에서 사라진 그런 애들 이야기 같은 거 없었어?
아니 없었는 데..왜?
나는 아니라고 웃으며 창 밖을 봤다. 차 한 대가 도로를 서행하고 있었다.
평범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밖에 있는 사람들 누구도 그런 경험은 없을 거 같았다.
귀신을 본 사람들은 더러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내 주위엔 그런 사람이 없다.
남편 주위에도 없다. 평생 볼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난 그런 안도감으로 이 책의 재미만 쏙 느낄 것이다.
아이들도 돌아왔고, 난 무섭지 않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