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먹다, 라는 조금은 관능적이고 원시적 감정을 느끼게 하는 제목.
서로 엇갈린 인연들은 조금씩 뒤틀려져 있다.
우리가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며 흔한 축복의 말을 해줄 수는 없는 애정의 사생아들 같다.
한낮의 태양과는 다르게 어둠 속에 홀로 떠서 어둠과 맞서는 달의 존재.
소설 속의 불쌍한 인연의 존재들은 그렇듯 자신들의 이룰 수 없는 애정에 홀로 맞서며
각개 전투를 한다. 물에 빠져 죽고, 미치고, 도망가고, 가슴에 문신을 새기고, 사랑없는 결혼을
하고, 역시 사랑없는 결혼을 하고 스스로를 외롭고 쓸쓸하게 만들며 자학한다.
모두 달을 삼킨 까닭일까?
글은 쉽게 읽혔다.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감정이 지나치게 느껴졌다.
독자가 감동해야 하는 데 작가가 먼저 자신의 감정에 너무 취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수히 바뀌는 화자는, 화자만 바뀔 뿐 모두 같은 느낌이었다. 때로는 그것이 읽는 것에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지나친 감정의 독백에, 나는 술을 마셔도 이상하게 취하지 않는 날처럼, 동요되지 않았다.
그저 빨리 끝을 마무리하고만 싶었다.
극적인 캐릭터들은 매우 유혹적이고 치명적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뒷심을 느끼지 못했고,
허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너무 얽혀있었다. 모두 한뿌리에서 나온 가지들 같이.
치명적인 것이 사랑이다, 라고 말한 작가의 말에 결국은 동의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이런 부류의 이야기들을 꽤 좋아한다고 느꼈는 데,,,아니었나.
나 역시 옛것의 느낌을 좋아하고, 한옥에 살고 싶어서 밤잠을 설쳐 가며 북촌으로 이사갈 방법
을 고민하고, 한국자수를 배우며 그 아름다움에 취하곤 했던 터라, 배경이 되는 조선 시대의 일
상의 모습과 소품들, 풍속들의 묘사에 감탄하곤 했다. 그것에 대한 것으로라도 이 책에 감사해
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