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 뇌를 누비는 2.1초
동안의 파란만장한 여행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분야는 기존의 지식을 금방 낡고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에
항상 신간서적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뇌과학일 것이다. 이점에서 21년에 원서가 출간된 스파이크를 일독한다면, 최신의 흐름과 발전방향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양화 시킬 수
있는 측정도구들의 개발 덕분에 주류 과학에 편입된 뇌과학은 초기에 신경과학자 중심으로 다루어지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출판되는 책들이 보여주듯
심리학, 인공지능, 의학 분야로 적용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 책은 실험실의 신경과학자가 쓴 것이지만, 원서 기준으로 20년 출간된 리사 팰드먼 배럿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과 함께 읽으면 더 도움이 될 듯하다. (그 이유는 뒤쪽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그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최신 뇌과학의 성과들을 소개하고, 새로운 개념과 해석으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고자 하기에 독자들이 기본적인
뇌과학의 개념들에 대한 이해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초반을 지나면서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좀 이해 안되면 안되는대로 넘어가고, 다음에 이해하지 하면 뒤쪽에 다시 설명이 나오기에 읽어나가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다.
책 제목에서 보이듯 저자는 스파이크를 통해 우리의 뇌를 이해하고자 한다. 그럼
스파이크란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소통을 위해 전기를 사용한다. 신경세포 각각, 뇌 속
860억 개 뉴런 각각이 가는 케이블을 따라 미세하고 짧은 전압 신호를 전송함으로써 다른 뉴런들에게
말을 건다. 신경과학자들은 그 짧은 신호를 “스파이크spike”라고 부른다.” (P17)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뇌영상은
대부분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이나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이다. 울긋불긋한
색깔로 뇌의 활동을 보여준다고 하는 사진들 말이다. 하지만 이 뇌영상들은 한계가 분명하며, 제공하는 정보 역시 제한적이다. (이 영상들의 한계에 대해서는 앨런
재서노프의 [생물학적 마음] 4장을 참조하라) fMRI의 경우 하나의 색점(픽셀)이
뉴런 10만개를 나타낼 정도로 성긴 도구인 것이다. 하지만
이 도구들은 비침습적인 덕에 인간에게 사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해상도가 훨씬 높은 도구인
스파이크는 인간에게는 적용될 수 없기 때문에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은 모두 동물실험에 근거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뉴런 활동에 대한 기존의 설명에는 누락되어 있어. 이 책이 신간으로서
이름값을 하게 만드는 것은 ‘암흑뉴런’과 ‘자발적 스파이크’라는 개념이다. 먼저
암흑뉴런을 살펴보자. 뉴런을 발견하는 유일한 길이 스파이크를 발견하는 것이라면, 원리적으로 우리는 스파이크를 전송하지 않는 뉴런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런
뉴런은 암흑물질과 유사할 것이다. 뇌 전체의 질량에서 한몫을 차지하지만, 우리가 보유한 어떤 측정장치로도 포착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때 뉴런 영상화 기술이 개발되었고 그 덕에 다음 사실을 알게되었다. 겉질에 있는 뉴런 각각에서 평균적으로
초당 1개의 스파이크가 발생한다. 하지만 그 1초에 스파이크를 점화한 뉴런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90%가 침묵인 것이다. 뉴런은 제작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유지와
운용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우리의 뇌는 매일 우리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사용한다. 그리고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25%는 단지 뇌세포들의 생존과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쓰인다. 이로보아
암흑뉴런에 무언가 역할이 있는건 분명해 보이지만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아직 잘 모르겠다. 한데 이 암흑뉴런 중에서도 더 이상한 놈이 있다. 이른바 2형암흑뉴런이다. 그것들은 아무 탈 없이 점화하여 스파이크들을 연달아
전송한다. 그러나 그 점화는 무엇에 대한 반응도 아닌 듯하다. 그
뉴런들의 스파이크 출력은 외부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유의미하게 변화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다른
뉴런들에게 말은 하지만 분명 듣지는 않는 듯하다. 그것들은 외부 세계를 외면한다.
이제 자발적 스파이크를 살펴볼 시간이다. 우리는 스파이크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의해 모든 스파이크가 유발된다는 것이다. 즉 한 뉴런이 스파이크를 전송한다면 그 스파이크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과 연관되어 있음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운동 겉질에 있는 스파이크는 우리가 무언가를 보았기 때문에 망막에서 발생한 스파이크로부터 기원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많은 스파이크, 어쩌면 대다수의 스파이크는 외부 세계에 있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요청받지 않았는데도 발생하는 듯한 스파이크들을 뭉뚱그려 뉴런의 자발적 활동, 자발적 스파이크라고
부른다. 깨어 있고 행동하는 뇌에서 자발적 스파이크들은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이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어떤 압력에 의해서도 촉발되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에 관한 메시지를 운반하지 않는 듯하다. 즉 코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신경과학의 난제 중 하나는 스파이크가 행동으로 이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평균
초당 1개씩 점화되는 스파이크로는 우리가 감각을 인지하여 행동으로 변환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을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해법은 바로 자발적 스파이크다.
뇌의 의사결정을 다루는 이론들의 제안에 따르면, 자발적 활동이 미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 모든 현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활동이 사전 정보를 코드화하기 때문이다. 결정에 앞서 특정 뉴런의
자발적 스파이크들이 점화하는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이것이다. “이 몸의 기존 경험을 감안할 때, 나의 선택이 옳거나 가치가 클 확률에 대한 나의 현재 예측은 이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든 뉴런은 외부에서 정보가 들어오기 전에 자신의 예측을 전송한다. 따라서 그 예측은 임박한 결정을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내리기 위한 출발점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미뤄놨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과의 친연성을 알아보자. 리사 펠드먼 배럿은 뇌가 예측 기관이라 주장하는
점에서 스파이크의 저자와 뜻을 같이 한다. 배럿에 따르면 “이
경험을 구성하는 전체 프로세스는 ‘예측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과학자들은 우리 뇌가 빛의 파동이나 화학물질을 비롯한 감각데이터가 뇌에 도달하기 전에 주변 세계의 실시간 변화들을
감지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우리 뇌는 몸의 장기와 호르몬을 비롯한 다양한 신체 시스템에서
관련 데이터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감지하기 시작한다. … 갈증이 났을 때 경험을 상기해보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물을 마시고 나서 몇 초 이내에 갈증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 현상은 당연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물이 혈류에 도달하려면 2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러니 물을 마시고 몇 초 만에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당신의 갈증을 해소했을까? 바로 예측이다. 뇌는 마시고
삼키는 행위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동시에 물을 마시면 느끼게 되는 결과를 예상해서 수분이 혈액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훨씬 전에 갈증을 덜 느끼게
한다.” (P111) 그리고 하나 더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이제
우리는 상식을 위협하는 마지막 결정타를 살펴볼 것이다. 바로 이 모든 예측이 우리가 경험하는 방식과
‘반대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무언가를 감지하고 그다음에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눈으로
적을 보고 그 다음에 소총을 드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뇌에서는 감지가 사실상 두 번째에 해당한다. 뇌는 집게손가락을 방아쇠로 가져가고, 그 움직임을 지원하기 위해
신체예산을 변경하는 것과 같이 행위에 먼저 대비하도록 배선되어 있다. 또한 뇌는 이러한 예측들을 감각계로
전송해 손가락 끝의 차가운 강철의 느낌과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을 예측하도록 배선되어 있다.” (P116) 뇌에 대한 내재성의 관점이라고 할 만한 이 관점을 마크 험프리스는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우리의 풍부한 내면적 삶은 뇌 전체에서 일어나는 자발적 스파이크들의 전송과 수용이다. 그렇다면 스파이크에게 가장 중요한 여행은 입력에서 출발하여 출력에 이르는 여행이 아니라 영원한 순환, 영원히 뇌 안에서 맴도는 것이다.” (P316)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유아기때부터 경험에 의해 형성된 뇌의 뉴런망은 잠재적으로 모든 경험을 해석하고 그에 대해
반응할 수 있도록 학습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학습된 경험들의 실체화된 표현이 자발적 스파이크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이 스파이크들은 경험을 어떻게 분절할까? 시각 피질을 예로 들면서 선, 모서리, 각 등을 담당하는 구역의 뉴런, 질감 색깔 등을 담당하는 구역의
뉴런 등등으로 사물에 대한 경험을 설명했지만, 어디 경험이란게 그런건가? 또, 그럼 최초의 경험, 즉
새로 맞닥뜨리는 대상과 비교할 수 있는 기억의 창고로서 경험은 어떻게 형성되는걸까? 또 뇌는 그것의
실체적 담지자인 스파이크는 최초의 것과 비교대상의 그것을 어떻게 구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