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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jin0922님의 서재
  •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 레나
  • 14,400원 (10%800)
  • 2022-05-30
  • : 85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를 읽고


p.53

캐리어의 짐을 다 비워내고 나니 신기하게도 더 이상 여행길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나는 집에 와있었다.


p.96

피곤에 피곤이 쌓여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차에서 내리 자마자 분주히 걷기 시작했다. ‘집. 집. 집. 집. 집.’ 빨리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p.210

여행 끝의 피로 그리고 시모나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돌아 와 살짝 짓눌렸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 다시 집이었다.


p.292

“레나, 이 집은 너의 집이야. 그러니까 꼭 다시 발렌시아로 와.”

와. 7월에 마리나네 엄마가 해준 얘기를 이젠 마르타까지. 한국에도 없는 집이 해외에 두 채나 생겼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에는 유독 '집'이란 표현이 자주 나온다.

이것이 도장찍기 하듯 잠깐 머물다가는 여행과 반년살이의 차이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유럽의 한 도시에 '내 집'이라고 부를만한 내밀한 장소를 가져보는 일은 분명 살면서 흔치 않은 경험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엔,

다른 나라에서 보낼 수 있는 6개월의 시간이 지금 당장 주어진다면 어디가 좋을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책장을 마지막 장까지 다 넘기고 난 후 '집'의 의미를 되새겨 봤다. 

결론은 여행과 체류는 다르다이다. 동시에 애틋한 장소의 기억을 완성시키는데는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에 대한 애정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에게 스페인에 대한 기억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그 곳의 사람들이 사랑스러워서가 아니었을까.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는

그런 따뜻한 온기를 경험하고 돌아 온 그녀의 긴 여정이 몹시도 부러워서 

나도 어딘가에 떠나있는 6개월의 시간을 상상해보는 용기와 여운을 남기는 에세이였다. 





■ 책 속의 문장 Pick


그날 밤, 나는 아이돌 기획사의 관계자가 된 것마냥 한국의 아이돌에 대해 수많은 질문 세례를 받았고, 또 대답을 했다. 물론 대부분의 대답은 ‘모른다’에 그쳤다. 그런 아쉬운 상황에서도 글래디스와 케빈은 시종일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P27
로씨오와 알게 된 것은 운이 좋았다. 우리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이럴 때 나는 희열을 느낀다. 그 어떤 정보도 없이 그 사람의 태도를 보고 기운을 느끼며 대화를 통해 나와 잘 맞고, 나를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기대하지 않은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다는 것. 길에서 돈을 줍는 것 이상의 어쩌면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행운’이리라.- P34
우리는 타지의 이방인으로 언어도, 음식도, 그곳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에 서투른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로 만났다. 그런 그들을 그들의 공간, 일상에서 만난다는 것이 어쩐지 내가 알던 어린아이가 갑자기 어른 이 된 것 같은 기묘한 감정을 느끼게도 했지만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그들도 다른 곳에서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저 완벽하지만은 않은 현지인. 나의 서투름을 포용해 줄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렸다.- P99
커피와 함께 설탕 이 뿌려진 딱딱한 이탈리안 토스트를 내주며 그 위에 마멀레이드 잼까지 발라 먹는다고 했다. 이탈리안식 아침은 단 걸 먹는 거라고, 그래야 하루 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다나? 당이라면 만만치 않게 좋아하는 나는 ‘이탈리안식 아침’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진 이 과도한 설탕 폭탄의 아침식사 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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