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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a35님의 서재
  • 수학자의 생각법
  • 마커스 드 사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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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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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항상 지름길을 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시간이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은 급박한 상황에서는 빠른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문제를 헤치고 나아가는 데 필요한 정신적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개발한 첫 번째 전략은 '어림짐작'이다. 이 전략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뇌로 들어오는 정보의 일부를 무시해 문제를 덜 복잡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 방식이 대체로 잘못된 판단이나 편향된 결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목적에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사바나savanna 같은 좁은 지역 내에서 살았던 아주 오래전에는 이런 전략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생활 반경이 급격히 확장되면서 국지적 지식을 넘어서는 일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 어림짐작은 더 이상 좋은 전략이 될 수 없었다. 이때부터 어림짐작을 넘어선 더 나은 지름길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바로 오늘날 우리가 '수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도구들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13-4)


제1장 패턴의 지름길


"온라인상에는 매초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만약 이 데이터들에서 일정 패턴만 찾을 수 있다면 메모리 용량을 많이 차지하는 일 없이 이 정보들을 압축하는 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MP3나 이미지 파일 형식 중 하나인 JPEG 같은 기술에 이러한 핵심 개념이 숨어 있다. 흑백 픽셀로 이루어진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이런 종류의 사진에는 반드시 어딘가에 흰색 픽셀이 넓은 영역에 존재한다. 이 영역의 모든 픽셀을 일일이 흰색으로 저장하는 대신 그만큼의 메모리를 실제 이미지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정보 저장에 있어서 잠재적으로 지름길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즉 흰색 픽셀이 존재하는 영역의 경계면에 대한 위치 정보만 저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계면 안쪽은 흰색으로 채우라는 명령을 함께 저장하면 된다. 어떤 영역을 흰색으로 채우라는 명령어 코드가 차지하는 메모리 용량은 일반적으로 그 영역에 존재하는 각각의 픽셀을 흰색으로 일일이 저장하는 것보다 훨씬 적게 소요된다."(57-8)


"일단 어떤 이미지에서 특정 패턴을 발견한다면 그 이미지를 다시 만들어내는 코드를 작성할 수 있다. 수학에서는 이 코드를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 어떤 이미지를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알고리즘의 크기는 이미지에 들어 있는 무작위성을 측정해내는 강력한 척도가 된다. 체스판의 패턴은 매우 질서 정연하다. 따라서 체스판 이미지를 되살리는 데 필요한 알고리즘의 크기는 매우 작을 것이다. 하지만 동전을 던져서 만든 흰색과 검은색으로 구성된 격자무늬 이미지를 재현하는 알고리즘의 경우, 총 36개의 칸을 하나하나 기억하기 위해 만든 알고리즘과 비교해도 결코 코드의 길이가 짧지 않다." "인간에서 기계에 이르기까지 기억하는 과정에는 어떤 경우라도 반드시 수학적인 면을 이용한다. 기억하기 위해 패턴을 발견하고 그 패턴을 연결하고 결합해 저장하고자 하는 데이터에 일정한 논리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 기억을 잘하기 위한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60-1)


제2장 계산의 지름길


"수 세기 동안 수학자들은 허수에 강한 의심을 품고 있었다. 2의 제곱근은 비록 소수점 자리가 무한히 계속되는 숫자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 숫자를 줄자의 어느 지점에서는 볼 수 있다고 느낀다. 이 숫자의 크기가 1.4에서 1.5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너스 1의 제곱근은 어디에 있을까? 줄자에서는 볼 수 없는 값이다." "오늘날 허수의 세계는 이 마법 거울 속의 지름길이 없었다면 이해하지 못할 개념들을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 역할을 한다. 양자물리학은 극히 작은 입자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의 세계는 허수를 이용해야만 설명 가능하다. 또한 전자기학에서 교류는 마이너스 1의 제곱근을 이용할 때 가장 쉽게 다룰 수 있다." "날아오는 비행기를 추적하려면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항공기에서 반사되는 전파를 사용하여 위치를 계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된 계산은 매우 까다롭고 시간도 매우 많이 걸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허수다."(101, 104-6)


"어떤 수를 나타내기 위해 10진법처럼 10의 거듭제곱을 쓰지 않고 다른 숫자의 거듭제곱을 사용할 수도 있다. 바빌로니아인들은 60의 배수로 자릿값 체계를 표현했다. 그들은 0에서 59까지의 기호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60진법으로 숫자를 표현했다. 마야인들은 0에서 19까지의 기호를 썼고, 20의 거듭제곱을 사용한 20진법 체계를 만들었다."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스위치가 켜지거나 꺼지는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 따라서 컴퓨터는 두 가지 기호만 사용하는 숫자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때 꺼졌을 때는 0, 켜졌을 때는 1로 지정한다. 이 두 개의 기호만 사용해도 컴퓨터는 여전히 모든 숫자를 나타낼 수 있다. 10진법 체계에서는 각 자리수가 10의 거듭제곱에 해당하지만, 2진법 체계에서는 각 자릿수가 2의 거듭제곱에 해당한다." "현재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화나 그림, 음악, 책 등을 디지털화한다. 따라서 2진법 체계는 주변 세계를 0과 1로 이루어진 숫자 배열로 바꾸었다고 해도 무방하다."(107-9)


제3장 언어의 지름길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다음과 같이 유명한 글을 썼다. 〈언어를 이해하고, 언어를 표현한 문자를 읽는 법을 배우지 않고는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 우주의 언어는 수학이며 사용된 문자는 삼각형, 원 그리고 다른 기하학적 도형들이다. 이런 것들 없이는 수학적 단어를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럴 경우 어두운 미로 속을 헤매야 한다.〉 갈릴레오는 '물체가 어떻게 땅으로 떨어지는가' 즉, 물체가 땅에 떨어지거나 공중을 날아다니는 방식에 어떤 규칙이 있는가를 궁금해했다." "갈릴레오가 일정 시간 동안 공이 이동한 총 거리를 조사하자 어떤 패턴이 드러났다. 바로 총 이동 거리가 항상 어떤 수의 거듭제곱이 된다는 사실이다." "즉 t초 후 공이 이동한 총 거리는 t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공식이었다. 이 실험을 통해 중력의 기본 법칙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공식의 발견으로 궁극적으로는 대포에서 발사된 공이 어디쯤 착륙할지, 또 행성들이 어떤 궤적으로 태양 주위를 공전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129-31)


"도형을 숫자로 바꾸는 아이디어는 3차원 우주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탐험하게 해줄 뿐 아니라 우리가 결코 볼 수 없었던 세계로 통하는 통로를 제공하기도 한다." "4차원 공간에서 정육면체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다룬 글은 4차원에 존재하는 지름길을 이용하면 우주선이 우주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여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우주에 벽이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왜 유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해결된다. 심지어 3차원에서는 풀 수 없는 매듭도 4차원에서는 풀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지름길은 단순히 우주여행 이상의 일들도 가능하게 만든다. 데이터를 더 높은 차원의 세계에서 매핑하면 데이터에 숨은 구조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떤 데이터를 평면상의 그래프로 나타낸다는 것은 실제로는 더 높은 차원의 공간에 그려져야 하는 어떤 실체의 2차원적 그림자를 본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더 높은 차원에서 그리면 2차원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데이터의 보다 정교한 상세 특징이 잘 드러날 수 있다."(138-9)


"4차원으로 가려면 우선 2차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사각형을 데카르트의 좌표계를 통해 설명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정사각형은 네 개의 꼭짓점이 좌표상에 점 (0,0) (1,0), (0,1), (1,1)에 위치해 있는 모양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마찬가지로 정육면체를 3차원에서의 좌표계로 설명하려면 세 번째 좌표가 필요하게 된다. 정육면체의 여덟 개의 꼭짓점은 좌표상에 (0,0,0), (1,0,0), (0,1,0), (0,0,1), (1,1,0), (1,0,1), (0,1,1), (1,1,1,) 자리에 표시된다." "3차원과 마찬가지로, 4차원 공간에서 어떤 물체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네 번째 좌표를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4차원 정육면체는 열여섯 개의 꼭짓점이 좌표상에 점 (0,0,0,0)에서 시작하여 (1,0,0,0), (0,1,0,0)··· 그리고 가장 먼 점인 (1,1,1,1)에 위치한 형태가 된다. 여기에서는 모양을 묘사하기 위해 숫자를 코드로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일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5차원, 6차원 또는 그 이상의 차원에서도 하이퍼 정육면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139-40)


제4장 기하학의 지름길


"고대 그리스인들은 밤하늘을 측정할 때도 수학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도구는 망원경이나 정교한 줄자가 아니라 '삼각법'이었다." "삼각법의 창시자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히파르코스는 지구와 달, 태양 사이의 실제 거리를 알아내는 영리한 방법을 발견했다. 그가 이용한 것은 일식과 월식 현상이었다. 특히 기원전 190년 3월 14일에 일어난 일식을 이용했다. 에라토스테네스와 마찬가지로 히파르코스는 지구의 두 지점에서 이루어진 관측 값을 이용했다. 이날 헬레스폰투스에서는 태양이 모두 가려지는 개기일식이 관측되었지만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달이 태양의 5분의 4 정도만 가리는 부분일식이 관측되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경우와 동일하게 히파르코스는 지구에서 측정할 수 있는 값인 두 도시 사이의 거리를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던 두 도시 사이의 거리와 일식 현상을 통해 측정한 각도를 써서 달이 지구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삼각법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169-71)


"많은 사람이 이용하여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지름길을 '필요 경로'desire paths라고 부른다." "상업 영역에서도 이런 종류의 지름길을 이용한다. 즉 대중에게 스스로 데이터를 생성하게 하고 기업들은 이 정보를 가공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같은 기업들은 대중이 자주 밟고 다니는 디지털 필요 경로를 사람들이 생성한 디지털 데이터로 확인한 다음 그중 잘 다져진 지름길만 골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회사들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트위터의 해시태크 아이디어도 기업 내부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스스로 트윗을 분류하기 위해 사용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해시태크는 2007년 8월 트위터 사용자로서 처음 그 방법을 제안한 크리스 메시나라는 사람으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곧 트위터 직원들은 사용자들이 스스로 낸 지름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2009년 트위터의 공식 기능으로 만들었다."(180-3)


제5장 다이어그램의 지름길


"콜롬비아대학교 전염병학교수 이안 립킨은 수년 동안 유행병 대응책에 관해 정부측에 조언해왔다. 하지만 미 정부에 전염병의 잠재적 위험성을 설명했던 그의 첫 시도는 냉냉한 침묵만이 반응으로 돌아왔다. 아마 700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심층 보고서를 아무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립킨은 다시 매우 압축된 버전의 보고서를 준비해 제출했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는 결국 전달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립킨은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영화의 이름은 〈컨테이젼〉이었다. 맷 데이먼과 귀네스 펠트로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바이러스가 많은 사람을 사망케 하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본 미 정부는 깜짝 놀라 전염병 방지에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콘텐츠를 전달하려는 기업들의 경우, 인스타그램 같은 시각 지향적 소셜미디어 앱을 핵심 플랫폼으로 점점 더 많이 선택하고 있다."(206, 202)


"1933년에 나온 해리 벡의 지하철 지도는 지하철역의 지리적 위치는 완전히 무시하고, 단지 철도 네트워크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가에 집중했다. 당시 런던 시민들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하철 회사가 많은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적자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런던 사람들이 지하철 노선도를 읽기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발견됐다. 당시 지하철 회사에서 제작한 노선도는 지하철역의 위치를 지리적으로 정확히 표시하려고 노력한 지도였다. 그렇다보니 정작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읽기에 어려운, 비좁게 뒤엉켜 있는 지하철 노선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벡은 지리적 정확성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그는 기존 노선도의 선을 밀거나 당겨서 펴고, 노선끼리는 깨끗한 각도로 교차하게 만들고, 정거장 간격은 일정하게 서로 벌려 놓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런던의 지하철 노선도는 런던을 대표하는 국제적 상징이 되었다."(215-6)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죽기 직전인 1543년에 출간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에서 405페이지에 걸쳐 단어, 숫자, 방정식을 사용해 태양이 중심이 되는 자신의 지동설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그의 혁명적인 생각, 즉 태양계의 중심에 지구가 아닌 태양이 있다는 아이디어를 가장 잘 포착해낸 것은 책의 첫머리에 그린 단순한 그림이었다." "그 그림에서 보이는 동심원은 행성들의 정확한 궤도를 묘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다. 코페르니쿠스는 행성들의 궤도가 완전한 원을 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원 사이의 거리가 동일한 그림으로 행성들이 태양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혹은 서로 얼마만큼의 거리에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 이 그림은 '지구가 태양계의 중심이 아니다'라는 단순하면서도 충격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직 우주에서 지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대한 인식과 관점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려진 것이다."(218-9)


제6장 미적분의 지름길


"뉴턴은 전염병이 창궐하자 케임브리지대학교를 떠나 그의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뉴턴은 정원에 앉아 사과가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동안 통과하는 모든 지점에서 보여주게 될 속도를 계산하는 과제에 도전 중이었다. 속도는 주행 거리를 그 거리만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속도가 일정한 경우에는 계산이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사과가 떨어지는 속도가 매 순간 계속 변한다는 것이었다. 뉴턴이 어떤 값을 측정하더라도 그것은 측정 시간 동안 사과가 나타내는 속도의 '평균'일 뿐이었다. 매 순간 사과의 속도를 계산하려면 측정 간격을 점점 더 잘게 쪼개야만 했다. 찰나의 순간 속도를 정확하게 구하려면 무한히 작은 시간 간격으로 나누어야 한다. 즉 궁극적으로는 0에 해당하는 시간으로 거리를 나누어야 순간 속도를 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0으로 나눌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뉴턴의 미적분학이었다."(246-7)


"뉴턴이 자신을 둘러싸고 변화하는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미적분이 필요했던 반면, 라이프니츠는 더 수학적이고 철학적인 방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여 최종적으로 미적분학에 도달했다. 논리와 언어에 매료되었던 라이프니츠는 유동적인 상태에 있는 모든 것을 포착한다는 아이디어에 끌렸다. 그는 큰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에 대한 매우 합리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믿음이었다. 말하자면 만약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모호하지 않은 수학적 언어로 변환할 수 있다면 인간 세상의 모든 갈등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편적 언어를 갖는 그의 꿈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프니츠는 움직이고 있는 사물을 포착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언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데카르트가 좌표라는 개념을 창안하여 기하학을 숫자로 바꾼 것처럼 라이프니츠의 미적분학은 움직이는 세게에서 찰나의 순간을 명백하게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제공했다."(253-4)


제7장 데이터의 지름길


"영국 유전학자이자 통계전문가 프랜시스 골턴 경이 생각해낸 영리한 지름길은 많은 수의 평범한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골턴의 우생학은 비도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이론으로 오늘날 비판받고 있지만 집단지성 이론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유용한 도구로 사용된다." "사람들이 제출한 추정값을 모아 통계적으로 분석한 후 그는 큰 충격에 빠졌다. 비록 추정값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는 등 많은 사람의 답안이 정답에서 한참 멀었지만, 모든 값의 산술 평균을 취하자 그 결과가 실제 수치에 놀라울 정도로 가깝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골턴은 사람들이 제출한 모든 추측값의 중간값median을 추산했고 결과적으로 이 값은 매우 정확했다. 소위 집단지성을 이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집단지성을 잘 이용하려면 가능한 한 정답에 대한 참가자의 견해를 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너무도 쉽게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아 잘못된 길로 끌려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297-9)


"집단지성이 어떤 질문에는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을 제공하고, 다른 어떤 질문에서는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가? 이에 대한 답을 얻는 데 중요한 고려사항은 군중이 모두 독립적으로 대답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집단에 순응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는 잠재적으로 타인과 다른 독립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파괴한다. 소셜미디어는 군중이 제각각 독립적인 의견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완전한 독립성이 현명한 군중을 만드는 데 있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몇 가지 증거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한 연구팀이 실시한 흥미로운 실험에서는 결과를 집계하기 전에 군중의 구성원들 사이에 약간의 토론을 허용할 경우 완전히 독립적인 군중이 제시한 답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의 요점은 어떤 실마리도 잡지 못한 사람들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어떤 문제를 내더라도 집단 내에 몇 명은 있다는 것이다."9301-3)


"올바른 결정을 하는 데 있어 큰 차이를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국민이 예산 결정에 참여한다는 아이디어는 1989년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처음 연구되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아이슬란드 정부는 예산 수립 과정에 국민을 직접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의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참여자를 신청받는 방식을 취해서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나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 이미 내재된 일정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같은 실험을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실시했을 때에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선택했다.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대신 무작위로 사람들을 선정함으로써 참가자들은 훨씬 더 다양한 의견을 갖게 되었고, 참여형 예산 편성이라는 이상적 아이디어를 훨씬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303-4)


제8장 확률의 지름길


"미래의 사건을 따질 때 확률 이론은 꽤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주사위 두 개를 던질 때 가능한 시나리오 중 두 주사위의 숫자를 합하면 7이 되는 경우는 6분의 1이다. 이 확률은 나나 당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주사위를 던지고 나서 나온 결과를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것은 과거의 일이다. 두 개의 주사위 값을 더한 결과는 7이거나 7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그 사이에 옵션은 아무 것도 없다. 문제는 당신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여전히 이 사건에서도 확률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주사위를 던진 당신에게는 정보가 있기 때문에 당신이 보는 확률은 나와는 다르다. 내가 보는 확률에는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반영되어 있다. 갑자기 확률이란 것이 절대적인 값에서 우리가 가진 정보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값이 되었다."(348)


"의학 분야에서도 확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지름길이 우리를 목적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인도할 수 있다.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검사를 받을 때 암 발견의 정확도가 90퍼센트에 달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 상태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대부분의 사람은 공황상태에 빠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종류의 암에 걸릴 확률은 100분이 1이라는 추가 정보를 우리가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검사를 받은 100명 중 한 명은 아마 진짜 암에 걸린 사람일 것이고, 그 사람에 대한 검사 결과도 대체로 양성 반응으로 나타날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암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암에 걸린 것으로 검사 결과가 나오는 이른바 거짓 양성 반응이다. 90퍼센트의 검사 정확도가 의미하는 것은 검사를 받는 나머지 99명 중 사실은 건강한 열 명이 잘못된 검사 결과를 통보받게 된다는 뜻이다. 즉 당신이 양성인 것으로 검사 결과를 통보 받았을 때 실제로 암에 걸렸을 확률은 11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351-2)


제9장 네트워크의 지름길


"우리는 당면한 작업을 단순화하고 인지적 부하를 완화하기 위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무시하거나 근사적으로 처리하도록 진화했다. 이를 '휴리스틱 전략'이라고 한다. 인지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이 결정을 내릴 때 정신적 지름길로 사용하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을 확인했다. 먼저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서로 다른 사건 사이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패턴을 이용한다. 이런 패턴을 '대표성'representativeness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내가 수학 문제를 풀 때 문제에 접근하는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지름길이다. 두 번째 전략은 '앵커링'anchoring과 '조정'adjustment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우리가 이미 이해했거나 알고 있는 초기 정보(앵커링)를 다른 상황들에까지 확장시켜(조정) 판단하는 과정이다. 마지막 전략은 '가용성'availability에 대한 경험적 판단이다. 보다 일반적인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국지적 지식을 사용하는 것이다."(374-5)


"분명히 마지막 두 가지 전략은 편견을 만들기 쉽다. 일반적으로는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좋은 앵커링이나 대표적인 국지적 지식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18세기 쾨니히스베르크 시민들의 일요일 오후 오락거리는 일곱 개의 다리를 단 한 번만 지나되 모두 건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항상 건널 수 없는 다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수 세기에 걸쳐 만들어온 수학적 지름길들은 과제가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실패할 수 있는 경험적 지름길을 넘어서려는 시도였다. 이러한 인간의 휴리스틱은 환경의 변화가 적은 좁은 사바나 지역에서 살아가는 데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보편적인 진리를 이해하는 일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휴리스틱의 핵심은 오일러가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했던 것처럼 다리의 특징, 관련 거리, 도시의 형태 등의 요소가 문제 해결에 무관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있다. 오로지 땅 덩어리가 연결되는 방식만이 유의미함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368, 375)


# 오일러는 하나의 점에 연결된 선의 개수가 한 개이거나 두 개(시작점과 도착점)인 경우에만 그 방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제10장 불가능의 지름길


"모든 문제에 지름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름길을 찾는 예술인 수학은 어떤 문제의 경우 지름길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쓰인다. 수학자들이 문제를 푸는 데 지름길이 없다고 믿는 고전 문제 중에 '세일즈맨 출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여러 도시의 연결망에서 최단 경로를 찾는 것이 과제다. 이 문제에 붙여진 이름은 1832년에 나온 세일즈맨 출장을 위한 책자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당시 책자에 이 문제가 언급되어 있는데 독일과 스위스를 경유하는 것 등 몇 가지 예시가 함께 담겨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확인해보는 것 외에 더 똑똑한 지름길은 지금까지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수학자들을 괴롭혀왔고 이제 대부분이 그러한 지름길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지름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명을 하는 과제가 21세기 초에 가장 난해한 미해결 수학 문제로 구성된 7대 밀레니엄 난제 중 하나가 되었다."(400-1)


"나는 이런 문제들을 '건초 더미 속 바늘 찾기' 문제라고 부른다. 건초 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기 위해 들이는 초기의 노력은 바늘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순하고 지루한 탐색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기간일 뿐이다. 하지만 일단 바늘이 손에 닿기만 하면 금방 그것이 바늘임을 알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금고 열기와 같다. 금고를 열기 위해서는 모든 조합을 하나씩 시도해보아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맞는 조합을 찾는 순간, 금고문은 바로 열린다.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 문제 혹은 다른 기술적 이름으로는 NP 문제'라고 부르는 이런 문제들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만약 출장 세일즈맨 문제에서 주어진 어떤 지도에서 가장 짧은 경로를 찾는 빠른 다항식 시간 알고리즘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다른 유사한 문제에도 동일한 알고리즘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적어도 지름길을 발견하기 위한 지름길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416-7)


도착하기


"지름길을 찾고 싶은 동기가 처음에는 힘든 일을 하며 시간을 쓰는 것이 싫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작 지름길을 찾으려면 애초에 피하고 싶었던 것 이상의 고됨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역설이 등장한다. 아직도 내가 왜 지름길을 찾는 더 어려운 일을 즐기는지는 그 과정에 들이는 노력을 나타낸 곡선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1부터 100까지의 숫자를 더하는 일에 내가 들이는 노력을 그래프로 그린다면 꾸준하게 일정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 과정에 들어가는 모든 노력은 더할 경우 선형으로 서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지름길을 찾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을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훨씬 더 예측하기 어려운 곡선이 된다. 이 그래프는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할 것이다. 지름길을 발견하기 직전에는 정점을 치고 올라갔다가 지름길을 구하고 나면 갑자기 급강하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점부터 노력의 그래프는 절대 최소 기준값을 넘지 않는다. 이미 지름길이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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