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이라는 새로운 시도 But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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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전자책만 구입하려 노력하는데, 그럼에도 종이책으로 구입했다.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책을 모으고 있기도 했고, 인스타그램 홍보에서 보았던 인쇄 방식의 새로움 때문이었다. 바로 보아도 거꾸로 보아도 되는 이 책은 표지 디자인부터 돋보인다. 찾아보니 우리나라 책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원서도 독특한 양식으로 디자인 되어 있다.
굳이 특이사항을 찾자면 원서 디자인에는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의 이름이 훨씬 눈에 띈다...
책을 순서대로 읽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각각의 챕터가 위 아래 번갈아가며 거꾸로 인쇄되어 있다. 단순히 순서대로 읽지 마시오-, 라고 하는 것보다 물리적인 특성을 이용하여 각 장의 연결을 끊어놓았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닐까. 원하는 결말을 찾아 읽는 게임북의 특성이 떠오르기도 한다.
[N] 의 뒤에 실려있는 편집자 후기에 따르면 최근 작가가 여러 형식의 소설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재미를 추구하는 점은 반갑다. 내가 처음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를 알고 빠지게 되었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또한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으니까.
다만 이번 소설에서 평점을 낮게 준 것은 나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은 사회 문제를 포착하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았었다. 그의 예전 연작소설 [광매화] 또한 각 단편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광매화는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소설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래전에 읽어 나의 기억이 틀릴 수도 있다. [N]은 [광매화]에 비해 얼마나 발전했을지 큰 기대를 품고 책을 읽었다.
[N]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는 연작소설이다. 마케팅에서 매우 강조한 것처럼. 여기저기 숨겨놓은 그의 장치가 돋보인다. 그렇지만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한 느낌마저 든다. '소설의 구성적인 면에 골몰한 나머지 그동안의 장점이었던 재미나 사회문제에 대해 멀어졌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미스터리가 강한 책을 쓰면 '지나치게 트릭에만 의존하는 거 아닌가.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에서 드라마가 사라졌다'는 식의 반응을 들은 적이 있어요.(398쪽)
편집자 후기에 실린 작가의 인터뷰의 한 대목을 읽으며 살짝 찔렸다. 그가 내켜하지 않던 평을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책의 만듦새는 재미 있었으나 책을 만들며 들인 수고로움이 그만큼 의미가 있었냐고 하면 지금도 잘 모르겠다. 서로 엮인 육각형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찝찝한 새드 엔딩이었다. 언젠가 기억이 희미해진 뒤에 이 책을 읽으면 결말이 바뀔까? 저자의 의도대로 미래의 내가 해피 엔딩으로 읽는다면 아마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