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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바베트의 만찬‘을 OTT를 이용하여 보았다. 꽤 옛날 영화였지만 옛날 영화가 주는 투박한 느낌과 조용한 시골마을의 품경이 잘 어울려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바베트의 만찬˝은 그동안 이곳 저곳에서 인용되어 간략한 내용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순간 내가 알고 있던 건 극히 일부였음을 깨달았다.

신앙심이 깊은 두 자매와 함께 사는 프랑스인 하녀 바베트. 하녀 바베트가 우연히 복권에 당첨된다. 마지막으로 바베트는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자매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한다. 호화로운 식사가 끝난 후 바베트는 자매들에게 자신의 복권 당첨금을 모두 저녁 식사에 써버렸음을 고백한다.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던 줄거리 였다.
큰 줄기는 같지만 내가 겉핥기로 알고 있던 줄거리에서 늘 의문을 느꼈던 점이 있었다. 왜 바베트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 당첨금을 한 끼의 저녁 식사에 모두 써버렸을까?

맛있는 프랑스 음식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그동안 미뤄두었던 영화를 보았고, ‘필경사 바틀비‘를 읽으면서 비슷한 판형으로 나온 ‘바베트의 만찬‘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현재 영화와 책을 모두 독파한 시점에서 영화와 책의 구성이 거의 비슷하며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나왔던 자매의 소박한 생활과 조용한 바닷가 마을의 느낌,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 호화로운 프랑스 음식들, 후반부에 쏟아지는 바베트의 대사들이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과 영화에서 만난 두 자매는 검소하고 소박하며 신실한 종교인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젊었을 때 스쳐간 두 열정. 그녀들은 화려한 바깥 세상 대신 소박한 삶을 택한다. 종교를 믿지 않는 나로서는 이해가지 않는 결정이었지만, 두 자매가 살아온 신념을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두 자매는 목사 아버지 곁에서 수녀처럼 평생 살아간다.
젊었을 때 만났던 열정은 타오르지 못하고 가라앉았지만 그 때의 인연으로 모든 것을 잃은 바베트를 만난다. 언어의 차이인지, 바베트의 아픔 때문인지 초반 바베트의 마음은 알길이 없다. 그런 바베트가 처음 한 부탁은 자신의 당첨금으로 저녁 식사를 대접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자매는 바베트의 부탁들 들어주기로 하면서 이야기의 갈등이 점점 고조된다.

책에서 만난 바베트의 모습은 그동안 짐작했던 모습과 전혀 딴판이었다. 바베트는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결말에서 검소한 삶과 대비되는 풍요로운 식사가 사람들에게 지극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향락을 취했음에도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순수해질 수 있었다. 그것은 결코 고급 재료로 된 식사 때문이 아니라 바베트가 예술가의 마음으로 사랑을 담아 요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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